콩글리쉬 선생님은 답답해

by우주소방관

프리스쿨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하루하루는 전쟁 같았는데,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흘렀다.


내가 선생님으로 있는 반은 제일 어린 영아반이다. 나의 업무는 7명 정도 되는 아가들을 4시간 동안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즐겁게 돌보는 일이다.


다른 형아들 반처럼 놀이터 1, 놀이터 2, 놀이터 3, 놀이터 4를 마음껏 이용할 수는 없다. 연령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찾아보려고 했다. 앞마당 같은 작은 공간이라도 괜찮았다.


하루에 한 번은 바깥 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학교에는 영아반부터 제일 큰 형아반까지 총 7개 반이 있다. 아이들은 많고, 공간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어떤 공간을 이용하고 싶을 때는 무전기로 서로 소통하며 “홀딩”하는 방식을 쓴다.


처음에는 그 무전기를 전혀 쓰지 못했다.


사람 얼굴을 보고, 입 모양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도 이해가 될까 말까인데, 모두가 듣는 무전기에 대고 말을 해야 한다니. 누군가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다시 한 번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조차 영어로 해야 하고.


생각만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일을 시작한 지 10개월쯤 지났을 때부터 조금씩 무전기를 쓰기 시작했다. 급하면 어쩔 수 없었다. 한마디, 두마디.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생각보다 다들 내 콩글리시를 잘 알아들어주었다.

그래서 나도 조금씩 더 자주 쓰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우리 반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위해 무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리 공간을 확인하고, 가능한지 물어보고, 필요하면 기다렸다.


내가 미리 무전을 했음에도 이미 다른 반이 그 공간을 사용하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직접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조율했다. 어떤 날은 15분, 20분 정도 양해를 구하며 기다리기도 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다른 반과 선생님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친한 동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OOO 선생님이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면 그렇게 싫어한다고. 본인들은 그 공간 전체가 필요한데, 내가 그중 일부를 쓴다고 불편해한다고.


그 말을 듣는데,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아, 그랬구나.

나는 나름대로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내가 불편한 사람이었구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리로는 해결바카라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원장님께 조언을 구했다.


그랬더니 원장님께 답장이 왔다.


“You can talk to me about it. I don’t have a problem with it. Your kids are toddlers and enjoy being outside.”

“그런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직접 이야기해. 나는 그 활동 자체에 문제 없다고 생각해. 너의 아이들은 아직 어린 토들러들이고, 밖에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잖아.”


다른 누가 뭐라고 생각했든, 일단 원장님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하려 했던 노력이 완전히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에 조금 안도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한 바깥 활동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조금 더 눈치껏 움직여야겠지.

무전기로 한두 번 더 확인하고, 공간이 겹치면 더 조심스럽게 조율해야겠지.


그래도 계속 나를 싫어한다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원장님께 조리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이었다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답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휴

답답이.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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