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전주 고을과 강경 성당에 다녀오다

by신미영 sopia

노동절을 전후해서 주말과 함께 휴가가 주어졌다. 남편과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자고 합의를 보게 되었다. 모처럼 새로운 곳에 머물며 맛있는 것도 먹고, 우리 부부의 추억 쌓기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기로 한 장소가 전북 전주였다. 4월 29일~5월 8일 국제 영화제도 열린다고 하니 가서 영화까지 보면 좋을 듯했다. 전주 하면 먹거리가 다양하면서 맛도 좋고, 아름다운 전동성당과 볼거리가 많은 한옥거리가 있지 않던가? 전에 문학기행으로도 가고 모임에서도 다녀오긴 했었다. 갈 때마다 좋은 추억을 담았던 곳이라 전주 하면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남편과 성당을 다녀와 주유를 한 다음 출발했다. 그래도 남편과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편안하고 행복하다. 운전은 남편이 했다. 고속도로 운전은 별로 해보지를 않아서 부담스럽다. 차 안에서 음악도 들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가다 보니 앞에 이상한 차가 보였다. 저런 차는 본 적이 없어 신기했다. 가까스로 사진을 찍어 쳇 GPT에게 물어봤다. 잘 모르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자주 묻곤 한다. 아직 한국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테슬라 사이버 트럭>이라고 한다. 차량이 꼭 외계인 차 같았다. 각진 스테인리스 강철바디로 거의 직선 위주 디자인에 일반 픽업트럭과 달리 미래형 외관형인 듯했다. 기본적으로 짐운반(건축자재, 캠핑, 장비)등을 운반하며, 레저활동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전기차라서 연료대신 충전으로 운행이 되며 유지비 절감과 친환경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나와 있다. 뒤가 직선으로 떨어지는 쐐기형으로 상당히 비싸서 거의 몇 안 되는 차량이라고 한다. 어쨌든 앞으로는 이런 차가 운행이 된다니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았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
한*관 비빔밥

두 시간 정도 걸려 전주에 도착했다. 우리는 곧장 한*관으로 향했고 전주의 정석 전주비빔밥을 주문했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 있어서 더 반가웠다. 우리는 육회 비빔밥으로 주문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비빔밥은 시각적으로도 훌륭하지만, 마지막까지 온기가 유지되어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직접 담근 고추장과 정갈한 나물들의 조화가 일품인데, 오랜만에 먹어보는 비빔밥은 조금 아쉽긴 했다. 가격이 싼 건 아닌데 뭔가 정성이 좀 부족했고 맛도 뭔가 2%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주거리로 향했다. 주차하고 전주 한옥거리를 걸었다. 연휴라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다니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분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전주 한옥마을 거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전주의 에너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800여 채의 한옥이 이어지는 골목골목을 걷는 재미가 좋았다. 우리는 쭈욱 걸어가 전동성당을 지나 먼저 전주 경기전을 보기로 했다. 입장료가 성인 1인 3,000원이다. 전주 경기전(慶基殿)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을 모시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다. 한옥마을에서 국보 제317호인 태조 어진을 직접 알현할 수 있다니 설렘 가득했다. 입장하니 바로 문화 해설사가 경기전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우리 부부도 합류했다. 아무래도 경기전에 대해 알고 보면 훨씬 도움이 될듯했다. 경기전은 울창한 대나무 숲길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가 있어 역사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 좋다.

전주 한옥마을과 커피숖

해설사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고 가끔 질문을 통해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술술 이야기를 풀어가는 해설사와의 시간은 단순히 건물을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태조 어진에 얽힌 이야기나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전주 사람들의 의지를 설명해 줄 때, 과거의 시간이 겹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진 그림에는 도사(국왕이 살아 있을 때 직접 마주 보고 그린 그림), 추사(서거 후 그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이나 기록을 토대로 그린 그림), 모사(이미 그려진 어진이 낡거나 훼손되었을 때, 기존의 그림을 베껴 그리는 그림)가 있다고 해설사가 알려 주었다. 현재 남아 있는 도사 어진은 태조(이성계), 영조, 철종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날 태조의 어진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해설사는 경기전 화장실을 지나 담장 너머로 보이는 전동성당의 모습이 일품이라며 꼭 보라고 강조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시간과 종교의 화해' 같은 독특한 미학을 선사했다. 전동성당의 붉은 벽돌 돔과 첨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모습은 수평적인 아름다움과 서양 고딕 양식의 수직적인 아름다움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찰나였다. 조선의 상징적인 공간 안에서 이국적인 성당의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서로를 품어주는 듯한 묘한 경건함과 아늑함이 느껴졌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모습

전동성당은 호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서양식 근대 건축물이다. 1907년부터 1914년에 걸쳐 세워진 전동성당은 회색과 붉은 벽돌이 조화를 이룬 비잔틴 및 로마네스크 양식이 매우 이색적이다. 풍남문 성벽을 헐어낸 돌로 성당 주춧돌을 세웠다고 한다. 곡선미를 최대로 살린 아름다움, 웅장함이 동양에서 제일가는 성당임을 자부한다. 성당 내부 관람은 미사 시간에 따라 제한될 수 있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국적이고 성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한복을 입고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혹시 마음에 드는 게 있을까 하고 성물방도 가 보았으나 그냥 발길을 돌렸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한옥 마을을 다시 걸어서 오목대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정자가 있어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다시 내려와 전주 한옥마을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무성한 나무에 가려 다 볼 수는 없었는데 겨울엔 훨씬 많은 부분을 볼 수 있을 듯했다. 우리는 예약한 호텔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숙소 사장님한테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추천받았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솔*(숯불 돼지양념갈비)는 전주 현지인들에게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갈비 맛집이라고 한다. 반찬이 정갈하게 나왔고 맛도 아주 좋았다. 인위적이지 않은 은은한 단맛의 양념이 고기 깊숙이 배어 있어 질리지 않고 계속 들어가는 매력이 있었다. 갈비가 구워져 먹어보니 숯불 향이 입혀져 여행의 피로를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이곳은 비빔냉면도 유명해서 갈비와 함께 '고기쌈' 스타일로 먹었는데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다.

솔* 내부에 전시된 연예인 싸인과 식사 갈비

우리는 택시 타고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전주 한옥거리에서 내렸다. 여유 시간이 있어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영화관을 가기 위해서다. 이번 영화제는 "대안, 독립, 디지털"을 키워드로 하는 아시아의 중요한 영화 축제라고 한다. 우리는 전주국제영화제 (JIFF)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예약을 해 두었다. 영화제 기간에는 오거리 문화광장과 '영화의 거리' 일대가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바로 앞 커피숍에 가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고 좀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상업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야외 상영이나 관객과의 대화(GV) 등 이벤트가 풍성하다. 독립영화가 조금은 생소했지만 예매된 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본 작품은 <붉은 안경>이다. 내용은 반란에 실패한 특수부대 케르베로스 출신 세 명중 한 명의 주인공이 망명 후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그는 수수께끼 가방을 들고, 정부의 추적과 자신의 과거 기억에 쫓기며 도시를 떠돌았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흐려지는 상황 속에서 음모, 감시, 배신, 기억이 뒤섞인 심리적 추적극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연결을 흐리고 부조리하게 전개된 듯하며, 일부러 어색하고 과장된 연기를 하는 듯했다. 국가가 개인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통제하는 모습이어서 주인공은 어디에도 안전한 공간이 없는 듯했다. 화면은 흑백으로 우리나라 50~60년대 영화처럼 주인공의 행동들이 과하게 표현되어 오버액팅(Overacting)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 쫓기는 장면이나 비슷한 상황의 반복은 부조리한 세계를 강조하는 장치였다고 한다. 너무 진부하고 장황해서 신파극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색다른 영화를 본 듯해서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전주 객사 거리와 덕진 공원

이튿날 조식은 호텔에서 먹었는데 나물과 반찬 샌드위치 등으로 먹었다. 특이하게 호텔 조식이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곳에 근무하는 분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맛도 괜찮았다. 식사 후에 정리하면서 남편이 가다가 덕진공원에 가자고 했다. 아직 연꽃이 피지는 않았겠지만 넓은 호수 공원을 보면 좋을 듯했다. 주차하고 주변을 보니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가지가 여러 개로 뻗어 있어 신기했다. 전에는 없었던 연화정 도서관이 덕진 공원 한켠에 세워져 있었다. 바카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며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면 좋을 듯 했다. 호수 위로 걸을 수 있는 긴 다리가 이어져 있어 걸었다. 다양한 빛깔의 연꽃이 피었다면 훨씬 예뻤을 텐데, 그래도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한 바퀴를 둘러보고 우리는 가는 길에 강경에 들려 보기로 했다. 맛있는 젓갈 하면 생각나고 특히 시어머님께서 생전에 이곳에 오셔서 젓갈을 사가셔서 익히 알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금강 줄기가 흐르는 강물도 가보고 젓갈을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눈여겨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초록색 나무와 잔디, 붉은 지붕이 조화로운 대전교구 소속 강경 성지 성당이 눈에 쏙~옥 들어왔다.

강경 성지 성당

강경 성지 성당이 한국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신앙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후기 박해시기에 신자들이 신앙을 지키던 지역이 되었던 것은 포구라서 외부 문화가 들어오기 쉬웠고, 천주교도 자연스럽게 퍼져 나갔다고 한다. 김대건 안드레아 한국의 최초 사제가 이곳에서 처음 사목 했던 곳이라고 한다. 붉은 벽돌의 성당으로 아담하지만 매우 단정한 구조로, 주변 잔디와 나무가 잘 조성되어 더욱 잘 어울렸다. 김대건 신부님이 중국에서 타고 왔던 라파엘호도 보였다. 이날 미사는 작은 성당에서 있었고 큰 성당도 개방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성당을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다. 강경 성지 성당을 다녀갈 수 있었던 건 이번 여행에서 받은 큰 선물이다.

강경 큰* 식당 반찬

그러고 나서 남편과 반찬 12가지와 젓갈 12가지가 합해서 24가지 반찬이 나온다는 큰* 식당으로 이동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한 부부가 식사 중이었고 우리도 젓갈에 고등어 반찬을 추가한 메뉴를 주문했다. 작은 반찬 그릇에 차려내 온 정갈한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것저것 맛을 보니 괜찮아서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여행의 재미는 평소 먹던 음식에서 색다르게 먹는 즐거움도 있다. 우리는 좀 이른 점심을 먹고 청주로 향했다. 오다가 휴게소 커피숖에 들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집으로 향했다. 저녁에 본당 <성모의 밤> 행사가 있어 성당 미사에 참석하려면 좀 일찍 가는 게 나을듯해서 서둘러 올라왔다. 그날 올라오는 차들은 순조로웠는데 내려가는 호남고속도로는 많이 지체 됐다. 1박 2일 짧은 여행이었지만 남편과 함께 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엔 또 어딜 갈 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