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통보, 그 이후

bycha

그날은 정말 팀장님께 말씀드릴 생각이었다. 늦어도 한 달 전에는 퇴사한다고 해야 인수인계를 하고 나갈 수 있을 것 아닌가. 회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하루 이틀 미루는 동안, 남편은 바람처럼 사직서를 내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내가 퇴사를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는 사이, 그는 아버님 밑에서 새 일을 시작하고 우리가 살 집까지 알아보고 있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려면 나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출근한 아침, 과장님이 티타임을 하잔다. 올해 들어 단둘이 커피를 마신 적이 한 번도 없었으므로, 평소에 없던 티타임에는 용건이 있기 마련이다. 불안은 적중했다.


"나 퇴사하게 됐어."


팀장님은 올해 초부터 회사 차원의 굿이라도 해야겠다며 입버릇처럼 말했다. 실장님의 가족상에 경영지원실 내 줄퇴사까지 겹쳐 영 기운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두명의 퇴사소식을 한번에 듣게 될 운명이 됐다.


과장님은 이직을 한다고 했다. 규모는 작은 회사지만 임원으로 갈 기회란다. 지난주부터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과장님이 남기로 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걱정이라는 과장님 앞에서 나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과장님 저도 퇴사해요...”


사실 내게는 퇴사를 결심하며 세운 원칙이 하나 있었다. 팀장님께 가장 먼저 말씀드릴 것. 우리 회사에서는 소문이 당사자의 입보다 발이 빨랐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내 퇴사 소식을 듣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퇴사결심을 친한 동료에게도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과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고개를 주억이고 있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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