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내꺼야

bycha

팀장님의 목표는 팀원들을 올라운더(All-rounder)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잦은 조직개편과 수명 업무에 업무 로테이션을 하겠다던 팀장님의 계획은 번번이 밀렸다. 특히 내가 맡은 파트는 히스토리 파악이 중요한 일이었고, 그런 이유로 나는 몇 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한 번은 과장님이 내게 말했다.


“팀장님께 새로운 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려. 대리, 과장 때가 제일 많이 배우는 시기잖아. 대리님은 몇 년째 같은 일만 하고 있는데… 새로운 거 해보고 싶지 않아?”


사실 나도 그런 말을 해볼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선뜻 팀장님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괜히 새로운 일을 맡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 실수로 누군가가 일을 더 하게 되면, 회사에 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일개 대리가 실수를 한다고 해서 회사가 무너지는 일을 없겠지만, 고작 대리의 실수로 팀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먼저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뻗댄 일에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내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누군가의 일을 빼앗는 모양새가 될까 봐 두려웠다. 몇 년 전, 이제는 다른 팀이 된 차장님과 함께 맡은 업무가 있었다. 그분은 다른 업무도 함께 하고 있었기에, 차장님의 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내 선에서 최대한 정리해 깔끔한 결과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하는 작은 회의에 몇 번 혼자 참석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어느 날, 차장님에게 메신저가 왔다.


‘이제 이 업무는 혼자 하세요. 난 못하겠다고 팀장님께 말할 테니까.’


평소와 다른 말투에서 화가 느껴졌다. 당황한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답은 오지 않았고, 나는 그가 옆자리의 동기와 씩씩대며 커피를 마시러 나가는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내 인사를 무시한 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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