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by순정

매주 모자무싸를 보고(제목이 길어서 못 외움)

진짜 드라마제목이랑 사람이름 못 외운다 말이지

(관심이 없어서라고 말하지 말기! 절대 아님)

이건 뭐랄까 디볼트 그냥 나의 기본값이야

숫자는 강해 전화번호는 잘 외우거든

사람마다 디폴트 값이 있다고 생각해


사실 줄임 맛이 없어서 맛이 나지 않아

무가치함과 싸우다고 하자

내가 네가 우리가


무가치함 보기 힘들다고 했다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멋들어진 모습이라면 자꾸 보고 싶을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복근의 왕 비스무리한 것이 보일 때

자꾸 거울 앞에 서서 셀카를 찍었던 기억을 소환해 본다


실패한 내 모습을 망가진 내 모습을 목도 하고 싶지 않다


5화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순간들이 있었으나

잠고 견뎠다

왠지 이다음 큰 게 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분명 온다 분명 큰 게 온다


큰 지진이 오기 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강의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는 그날

금요일 주말 같은 금요일이었다

지진 7이 오기 전

시멘트 벤치가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지진이 오기 전

버드나무가 산들산들 흔들리면서

꽃가루가 영화처럼 날리고 그 순간 슬로모션처럼 뚝 뚝 끊기면서

버퍼링 걸리듯 이상하게 고요한 순간이 벌어진다


딱 그 느낌

큰 게 오긴 전의 뚝 뚝 뚝 끊기는 느낌

어 온다 온다 온다


7도 강도의 지진

학교 벽 흰 도화지에 검은색 먹으로 굵게 획을 긋고 간다

계단 난간을 버드나무처럼 흔들리게 만들어 버린다

시멘트 벤치를 나사 빠진 의자로 흔들리게 만든다


끝내 굵은 물방울이 눈에서 떨어지게 만든다

온 몬에 잔털들이 삐죽삐죽 서게 한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공포를 느낄 수 없다

그냥 멍해진다

처음 만나는 느낌

감정워치에 알 수 없음으로 붉은 경고음이 뜨는 것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끝내 속이 울렁거려서 속에 있는 모든 내용물을 다 쏟아내게 된다

다 쏟아내고 나면 오히려 속이 편안해진다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황동만처럼 바로 먹을 수는 없겠지만 숨은 쉬게 된다

두 번 볼 수 없기에 더 집중해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박경세 감독의 이름을 외우고 있으니

(나 사람 이름 못 외우는 것 맞나?)


박경세 감독 속에 있던 내용물을 다 쏟아내고 나니

속이 편하십니까

고해성사를 하고 나니 숨은 쉬어집니까


어이 X 남친

내가 당신처럼 뻔뻔한 사람을 알아

진짜 너무 뻔뻔해서 맞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결론 꼭 그런 사람들이 잘 된다는 거야


꽁다리

오월 세 번째 날

버리기 잘하고 있음

매일 하나씩 버리기

오늘도 미션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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