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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이야기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우연히 룸미러에 비친 얼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하루의 피로가 그대로 묻어 있는 낯선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뒤차 경적 소리에 급히 출발했다.
그 시절 나는 집에 도착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가방만 내려놓은 채 한참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많이 힘들었어?”
남편의 말이 들려왔지만 눈을 감은 채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은 가라앉기만 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싱크대 앞에 서면 아침 먹은 그릇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허기조차 사라진 뒤였다.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집 안에는 이전보다 고요한 시간이 많아졌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내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드물었다.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특별히 보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습관처럼 짧은 영상들을 넘기다 보면 금세 밤이 깊었다. 꺼진 화면에 비친 내 얼굴에 스스로가 놀라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들이 오래 반복됐다.
하루는 지나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언제 해봤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처음부터 어떤 취미를 만들어야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혼자서 천천히 배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 시도한 건 수채화였다. 붓을 잡는 것도 어색했고,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도 서툴렀다. 번진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 시도하다 결국 팔레트를 닫아버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억지로 계속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취미에는 잘해야 한다는 기준도, 계속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마음이 가는 날에는 열심히 해보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았다.
어느 날은 하얀 털실이 심하게 엉켜 거실 바닥에 펼쳐 놓는데 한참이 걸렸다. 복잡하게 뒤엉킨 실을 한 올씩 따라가다 보니 마음도 조금씩 느슨해졌다. 어느새 작은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서툰 손끝으로 실을 몇 번이나 다시 꿰기도 했지만 가만히 집중하고 있는 시간이 좋았다. 결과물을 완성하는 기쁨보다 더 좋았던 건 그렇게 하루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있는 시간들이었다.
내 손길이 오래 머물렀던 도자기에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담아냈다. 따뜻한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으면 얼어 있던 마음도 천천히 데워졌다.
그렇게 하나씩 취미를 만들었다.
이 바카라은 그렇게 천천히 나를 채워 갔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