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전문가 양성 교육의 구조
협상 전문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협상은 말재주이고, 말재주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25년간 협상 실무와 교육의 현장에서 확인한 결론은 반대다. 협상은 감각이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구조는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협상 전문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나 거래 상황에서 구조적 분석, 전략 수립, 의사소통을 통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략과 감정, 관계와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길러내는가이다.
기업의 협상 결과는 매출, 원가, 리스크, 계약 실행, 파트너십에 직접 반영된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협상은 여전히 담당자 개인의 경험에 맡겨져 있다. 같은 조건의 거래인데 누가 협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 조직에는 협상의 개인기는 있어도 협상의 체계는 없는 것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협상의 무게도 커진다. 5년 차가 되면 외부 파트너와 납기, 사양, 범위 조정 같은 실무 협상에 직접 참여하게 되고, 10년 차부터는 프로젝트 예산, 계약 조건, 이해관계 조정 등 전략적 협상에 투입된다. 15년 차 이상의 리더에게 협상은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 도구가 된다. 협상 역량을 개인의 성장에 맡겨두면, 조직은 15년 뒤에야 우연히 협상 잘하는 리더를 얻거나, 얻지 못한다. 양성 교육은 이 우연을 설계로 바꾸는 일이다.
협상 전문가 양성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교육을 '지식 전달'로 설계하는 것이다. 협상 이론을 아는 것과 협상장에서 그것이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버드의 협상 프로그램이 강의가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교육의 중심에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강의 이수가 아니라 반복 훈련이다. 실습과 시뮬레이션, 협상준비서(NPP) 작성, 감정이 개입되는 어려운 대화의 훈련이 반복되어야 한다. 특히 자신이 협상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경험이 결정적이다. 교육에서 롤플레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피드백하면, 교육생은 처음으로 자신의 협상 습관을 마주하게 된다. 상대의 말을 끊는 습관,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양보하는 습관, 준비한 시나리오를 압박 앞에서 버리는 습관. 이 습관들은 지적받기 전까지 본인만 모른다. 실습에서 나타난 실수와 문제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자신이 협상에서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게 되는 것, 교육생들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말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협상 전문가 양성 과정은 다음 네 가지 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검증된 이론의 토대다. 개인의 무용담이 아니라 하버드 협상 프로그램(PON)의 원칙 협상처럼 학술적으로 검증되고 글로벌 기업에서 통용되는 체계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해관계와 입장의 구분, BATNA, ZOPA 같은 개념은 유행이 아니라 협상이라는 구조물의 골조다.
둘째, 준비의 도구화다. 협상의 승부는 테이블이 아니라 준비 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목표와 대안, 상대 분석과 양보 설계를 문서로 준비하는 협상준비서(NPP) 훈련을 통해, 준비를 개인의 성실성이 아니라 조직의 표준 프로세스로 만들어야 한다. 도구가 남지 않는 교육은 교육이 끝나는 순간 함께 끝난다.
셋째, 산업 특화 시나리오의 반복 실습이다. 일반론의 롤플레이보다 자사의 실제 거래 구조를 반영한 시나리오가 실무 효과를 만든다. 해외 건설의 클레임 대응, 구매 협상, IT 계약 협상은 각기 다른 협상 구조를 가진다. 조직마다 대내외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협상 과정은 요청하는 조직의 특성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넷째, 단계의 설계다. 전문가는 하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본 과정에서 협상의 구조를 이해하고, 심화 과정에서 트릭 대응과 프레임 전환, 다자간 협상 같은 고난도 상황을 다루고, 마스터 단계에서 실제 협상 사안에 적용하며 사후 코칭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 4시간 특강에서 5일 집중 과정, 나아가 장기 양성 프로그램까지, 조직의 목표 수준에 따라 단계를 설계할 수 있다.
협상 전문가 양성의 완성은 교육장이 아니라 실제 협상에서 이루어진다. 교육에서 배운 체계를 진행 중인 협상 사안에 적용하고, 협상이 끝난 뒤 결과를 리뷰하여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협상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업무 프로세스이자 전략 역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양성 교육을 자문과 분리하지 않는다. 교육으로 체계를 만들고, 실제 사안에 대한 자문과 리허설, 사후 리뷰로 그 체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까지가 양성이다. 사내 협상 전문가가 길러진 조직은 더 이상 협상을 특정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협상이 개인의 기술에서 조직의 구조가 되는 것, 그것이 협상 전문가 양성 교육의 최종 목표다.
협상 전문가 양성 과정의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진행 방식은 SNRLAB 홈페이지(www.snrlab.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략적협상연구소 SNRLAB 소장. IBM Korea 계약 협상 실장, LG전자 법무팀 부장, Oracle Korea 상무로 글로벌 기업의 계약 협상 실무를 다루었고,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7년간 국제 계약과 협상 전략을 가르쳤다. 하버드 협상 마스터 클래스(Harvard Negotiation Master Class)를 포함한 하버드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PON)의 다수 과정과 와튼 스쿨 협상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협상 레버리지』, 『완벽한 프로젝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있으며, 협상의 고전 『Getting to Yes』(Yes를 이끌어 내는 협상법)를 번역했다. 현재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협상 교육, 협상 자문, 협상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문의: sdlee@snr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