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서맨사 하비
오늘도 그렇다. 그렇지만 이 새날에 이들은 지구를 열여섯 번 돌 것이다. 열여섯 번의 일출과 열여섯 번의 일몰, 열여섯 번의 낮과 열여섯 번의 밤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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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이라고 하면 가까이는 달이거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 화성이나 목성, 지금은 태양계가 아닌 명왕성을 가는 것이 떠오른다. 혹은 더 멀리, 다른 은하계로 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국적의 우주인 5명을 태운 이 우주선은 지구를 돌면서 실험을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매일 지구를 돌면서 지구를 보고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고, 45분마다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도 24시간의 규칙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며, 미세 중력에 약해지는 몸을 보존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 지구를 도는 우주여행을 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공간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또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구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지구에서 사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의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상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구에서 태풍이 발생해서 대피를 때, 우주 비행사의 눈에는 빙빙 도는 구름이 보인다. 태풍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태풍 아래의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할 뿐이다.
정치는 아주 거대한 힘이어서, 우주에서 봤을 때는 인간의 힘이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지상의 모든 것을 일일이 다 결정지었다.
오염되고 온난화되고 남획되는 대서양에서 아찔한 네온색 또는 붉은색 조류가 대 발생하는 현상은 대부분은 정치와 인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졌다. 줄어들고 있거나 이미 줄었거나 쪼개지고 있는 빙하, 이제껏 녹은 적이 없던 눈이 녹아내려 화강함 맨살이 갓 드러난 산등성이, 그을리고 불타는 숲과 관목지, 면적이 감소하는 대륙 빙하, 기름 유출로 시작된 화제, 처리되지 않은 하수를 먹고사는 부레옥잠의 침입을 알리듯 변색된 멕시코 저수지, (중략), 뭄바이에서 사라지고 있는 맹그로브 숲, 스페인 남단 전체에서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백 에이커의 비닐하우스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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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살 때는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었던 정치적 선택과 욕망으로 인해 벌어진 지구의 색과 형태를 묘사하는 부분은 놀라웠다. 얼마 전 일어난 네팔의 대홍수, 폭염과 그로 인한 화재, 잦은 태풍을 떠올리게 했다.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에서 인간이 어떻게 원시 부족을 밀어내고 자연을 파괴하는지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지구에서의 시각이라면 이 바카라 [궤도]에서 보여주는 원거리에서 그 파괴가 어떻게 누적되고 형상화되었는지 보여주었다.
이 바카라이 조망하는 지구를 도는 우주선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이지만, 우주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지구이기도 하고, 그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그들은 함께한 과거를 품고, 떨어져 현재를 살며, 다시 만날 미래를 그리워한다. 그들은 좁은 우주선에 갇혀서. 그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또 사소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우리 삶은 더없이 사소하지만 동시에 중대하다고, 되풀이되지만 동시에 유례가 없다고 당장이라도 일어나 말할 것만 같다. 우리 존재의 의미는 크지만 동시에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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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바카라이지만 한 권의 철학바카라 같기도 하다.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한 덩어리이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한 덩어리가 아니다. 그래서 각자의 삶은 각자에게는 무겁지만, 인류에게는 미미하고 사소하다. 하지만 그 존재는 모두 중대하고 또 서로에게 소중하다.
삶에 대한 감각을 잠깐동안 바꿔놓는 바카라이다. 어릴 적 봉봉(트램펄린,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방방'이라고도 했던 듯)을 타고 내려오면 땅멀미로 잠깐 어지러움을 느끼 듯, 바카라을 읽고 나서 비슷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머나먼 우주도 아니고, 지구도 아닌, 지구를 빙빙 도는 궤도에서 느끼는 감각들. 하지만 그 감각은 삶에서 떨어져 있지 않았으므로, 또 익숙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