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고 있었다.
내가 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맞아, 나 이 일 이렇게나 좋아했지…’
내 업에 대한 애정을 오랜만에 다시 일깨워 준 것은 의외로 내가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온 ‘시 번역’이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껏 꽤 다양한 분야를 번역해 왔는데, ‘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르였다.
역시 사람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하나 고백하자면 최근까지만 해도 나는 바카라에 비해 분량이 짧다는 이유로 시를 조금 가볍게 여겼다. 단순히 ‘그럴듯하게 보이는 글’ 정도로 생각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도 처음에 시인으로 데뷔하셨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접했을 때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을 뿐.
대학원을 다닐 때도 왠지 나랑은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이유로 시 번역 수업은 따로 듣지 않았다.
어쩐지 예술성이 강하고 전위적인 장르로 느껴져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시를 접하거나 번역할 기회가 없었다.
그랬던 내가…
프리랜싱 비수기를 맞아 시간이 여유로운 와중에 시 번역 문의를 받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의뢰인은 이전부터 내 SNS를 보고 언젠가 함께 작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의 추천까지 이어져 내게 번역을 의뢰하게 되었다고.
그의 메시지를 받고 SNS의 순기능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비수기에도 부지런히 게시물을 올린 보람이 있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솔직히 일이 많은 성수기였다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회를 쉽게 흘려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수기 속에서 어떤 일이든 적극 해보리라는 굳은 결심을 한 터라, 번역 제안을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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