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글’의 유명세에 대한 생각
유명해지면 힘이 생길까
언제부턴가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에 추억의 90년대 K드라마가 하나둘 올라오더니, 최근 젊은 MZ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내 넷플릭스 계정도 <천국의 계단>,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오래전에 히트 친 드라마를 마구 추천해 주기 시작했다. 못 이기는 척 하나 둘 시청해 봤지만, 오히려 나는 옛 감성에 열광하는 요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느꼈다.
‘헐… 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오버 연기 뭐지?’
‘플롯도, 대사도 어쩜 저리도 유치하고 억지스러워?‘
‘소품이나 세트장은 왜 저렇게 어설프며, 음악은 또 왜 저렇게 극적이야!’
처음엔 신선한 충격이랄까, 지금과 확연히 다른 옛날 감성이 신선해 나도 모르게 빠져서 봤다.
그런데 자꾸 보다 보니, 그런 유치함과 과장도 슬슬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10여 년~20여 년 전 드라마라지만, 그때는 저런 걸 어떻게 봤지? 오글오글… 아무래도 더는 못 참겠다. 분명 그 당시에는 재밌다며 몰입해서 봤던 드라마가 이제는 한없이 유치해 보인 건 확실히 내가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그렇게 여러 추억의 드라마들을 앞부분만 보고 이것 찔러보고 저것 조금씩 찔러보다가, 결국엔 얼마 못 가서 시청을 중단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끝까지 완주하게 만든 드라마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배우 유아인과 신세경 주연의 <패션왕>이다.
고아에 억울하게 부모님 가게까지 뺏긴 지지리 불쌍한 처지지만, 패션 디자인에서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여주인공 한가영(배우 신세경 역). 그런 그와 삼각관계에 빠지는 그의 사장이자 동대문 패션 사업가 강영걸(유아인 역)과 대기업 재벌 대표 정재혁(이제훈 역). 그리고 정재혁의 첫사랑, 해외 유학파 명품 디자이너 안나(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리 역). <패션왕>은 이들 청춘남녀의 패션 사업, 사랑, 성공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다.
분명 옛날에 재밌게 봤었는데, 엔딩이 파격적이었다, 정도로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이참에 다시 제대로 한 번 봐야겠다 마음먹고 넷플릭스에 제목을 검색해 첫 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두 편 만에 빠른 스토리 전개에 빠져, 며칠 만에 뚝. 딱. 완주해 버렸다.
여전히 찝찝한 엔딩 때문에,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는 인터넷에 결말 해석을 검색해 봤다. 한창 드라마가 유행하던 당시에도 마지막에 남주인공 강영걸을 살해한 괴한은 도대체 누군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엽기 파국 엔딩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충격과 미궁에 빠뜨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혹자는 강영걸이 살해되기 전 그와 전화 통화한 한가영이 핸드폰 너머의 총소리를 들었음에도 눈 하나 깜빡 않고 모호한 말을 남겼다는 이유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뭐, 결말이야 어찌 되었든, 이 드라마를 다시 보고 나서 결말만큼이나 내게 큰 충격을 안겨준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배우 신세경의 지금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현역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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