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7.
사람에게 모든 기억을 제거하면 사람이 과거에 살아온 패턴대로 살까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살게 될까? 두 가지 가능성이 공존한다. 첫 번째는 DNA에 각인된 선호도나 무의식에 남아있는 패턴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며, 두 번째는 기억이 소멸했기 때문에 새롭게 주어지는 정보들을 기반해 인식 체계를 새롭게 만들어 과거와 유사할 수는 있어도 다르게 살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다. 두 가지 케이스 모두 정량적으로 아주 많은 대중에 대해 탐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며 윤리적 문제로 인해 이와 같은 실험을 하거나 알 방법도 요원하다. 그러나 사고 실험 정도는 해볼 수 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말이다. 과거의 배경, 지식, 경험을 모두 제거했다고 가정하고 문제를 대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내가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도 없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어떤 자원을 쓸지도 모른다. 그러면 결국 기존에 내가 가진 자원, 능력을 찾는 활동을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사고실험의 결론은 무척 합당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배경이 없다면 사실 인간은 슬롯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잉여 인간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 새로운 것을 배워서 한다는 것은 사실상 슬롯에서 가장 아래 계층으로 들어가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존에 있는 무기와 재능을 살피는 것은 그러한 바닥부터의 시작보다 우위에 있을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이다. 이를 수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더 명확하다. 인생의 특정 시점까지는 자신이 가진 기능, 재능, 무기에 대한 판단과 시도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 유리하며 이를 초과하는 시간 동안 탐색만 하는 것은 재능을 발현하거나 발전시키거나 수익화하는 데에 불리함을 야기한다. 즉 탐색은 허용되어 있지만 죽을 때까지 탐색만 하는 것은 경제적 선택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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