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김밥을 싸는 엄마

편마비 엄마를 둔 아들의 도시락은 늘 유부초밥이었다.

5살 유치원 시절부터 8살,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아이의 도시락에는 유부초밥이나 볶음밥이 자주 들어갔다.
한 손으로 만들기에는 그게 그나마 수월했기 때문이다.
아이도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손으로 김밥을 싸게 됐다.
예전에 주먹모양으로 뭉개진(?) 김밥을 만들어본 적이 있었고, 그때부터 한 손으로 김밥을 싸는 요령을 조금씩 익히고 있었다.

한 손으로 김밥을 싸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김을 펴고 밥을 올리고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야 하는데,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과정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꽤 큰 일이었다. 마는것보다 자르는것이 역대급 고난이도의 일이다..

그래도 계속 해봤다.

조금씩 요령이 생겼고, 어느 날은 제법 김밥다운 모양이 나왔다. 그렇게 만든 김밥을 아이와 함께 먹었다.

아이는 김밥을 보더니 하나 집어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리던 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와, 여태까지 남이 싸주는 김밥만 먹었는데……."

나는 무슨 말인가 싶어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만 맨날 유부초밥이고 볶음밥이라서 나는 다른 애들이 엄마가 싸주는 김밥 먹는 것만 봤는데…… 아, 되게 부러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이에게는 김밥 한 줄이 이렇게 큰 일이었구나.
나는 아이가 유부초밥을 좋아해서 계속 싸준 줄 알았다.
아이가 한 번도 김밥을 싸달라고 하지 않았던 것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아이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김밥을 싸기 어렵다는 걸.
그래서 말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원했던 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처럼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어보는 것.
그 평범한 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김밥을 더 잘 싸고 싶어졌다.

한 손으로 김을 놓고 밥을 펴고, 재료를 올리고, 최대한 힘을 조절해 돌돌 말았다. 한 줄을 만드는 데도 두 손을 쓸 때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그래도 계속 만들었다.
몇 번을 해보니 조금씩 나아졌다.

물론…… 모양은 끝까지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의 소풍날에는 결국 김밥을 사서 도시락에 넣어줬다..ㅎㅎ
한 손으로 만든 김밥을 멋지게 싸주는 엄마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것도 아니다.

주말이면 가끔 김밥을 싼다.
여전히 한 손으로 재료를 준비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예쁘게 말 수 있을지 궁리한다.
아직도 완벽한 김밥은 아니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장애가 생긴 뒤 나는 이런 일을 참 많이 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일들을 다시 배워야 했다.
여행을 가는 것도, 산에 오르는 것도, 아이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것도.

남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들이 나에게는 하나의 도전이 됐다.
그렇다고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아이에게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 엄마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가며 계속 살아간다.
두 손으로 할 수 없다면 한 손으로.
예전처럼 할 수 없다면 지금의 몸에 맞는 방법으로.
잘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고, 그래도 하고 싶으면 또 해본다.

김밥 한 줄도 그렇게 다시 배워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아들 지호가
"엄마, 한손으로도 김밥을 잘 싸네."

하고 말해주는 날이 오려나?
그날까지 나는 계속 싸볼 생각이다.
한 손으로도 잘 살아내는 엄마가 되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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