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없는 입찰은 계약이 아니라 지명이다

건설사의 합리적 선택이 조합원의 불리한 계약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by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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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매장은 열렸지만 경쟁자는 오지 않았다


199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비크리는 경매의 결과가 참여자의 선의보다 입찰 규칙에 의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을 어떻게 제시하고 경쟁자의 정보를 얼마나 알 수 있는지에 따라 참여자의 행동은 달라진다. 경매는 사람이 많다고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기려는 의지가 있을 때 작동한다.


2026년 9월 7일, 공사비가 2조3,762억원에 이르는 목동13단지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삼성물산 한 곳만 참여했다. 지하 4층에서 지상 49층, 3,852가구를 짓는 대형 사업이지만 입찰장은 경쟁 없이 끝났다. 재입찰에서도 다른 건설사가 들어오지 않으면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목동13단지 한 곳이 아니다. 최근 서울 정비사업의 입찰장은 열려 있으나, 실제 경쟁자는 사라지고 있다.


2. 대형 사업장에서도 사라진 경쟁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참여한 서울 정비사업 입찰 25건 가운데 복수 건설사가 맞붙은 곳은 압구정5구역, 성수4지구, 신반포19·25차 등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2곳에서는 단독입찰이나 수의계약 방식이 나타났다. 경쟁입찰 성립률이 12%에 그친 셈이다.


공사비 2조원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는 현장설명회에 7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본입찰에는 삼성물산만 들어왔다. 목화아파트도 삼성물산, 목동10단지도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응찰했다. 압구정2·3구역에는 현대건설, 압구정4구역에는 삼성물산만 참여한 뒤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업성이 낮은 외곽 사업장뿐 아니라 강남·여의도·목동의 대형 사업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행 도시정비법령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입찰을 요구한다. 다만 미응찰이나 단독응찰로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서울시는 사업 지연을 줄이기 위해 한 차례 유찰 후에도 수의계약을 허용하도록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표면적으로는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반복 유찰의 시간을 줄이는 것과 경쟁 자체를 회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3. 경쟁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인 시장


건설사가 정비사업을 외면해서 단독입찰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주할 사업장을 더 정교하게 고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하고 안전·환경 기준이 강화되면서 공사 원가는 크게 높아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015년 6월 84.99에서 2026년 6월 잠정치 138.22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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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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