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구석……

by오순


아들 집에 가면서 어쩌다 보니 전화통화로 말한 예상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집에서 먼 거리에서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오피스텔을 얻어줬는데 기숙사생활을 하던 때와는 다르게 잘 먹지 못할 것 같아 가끔 장을 봐서 갔다 주곤 했다. 아들의 요구가 있을 때도 있고 내가 장을 보다가 생각나면 더 사서 가져가기도 했다. 그곳은 아들이 있다는 것 외에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놀러 간 것도 아니기에 1시간의 빈 시간은 어디를 가기에도 어정쩡하고 아들집 놔두고 남의 집인양 예의 차리며 밖에서 기다린다는 것도 이상하여 그냥 곧장 아들네로 갔다.


한낮인 데도 불구하고 그제야 간신히 눈 비비고 일어난 아들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현관문을 열어준다. 들어선 집안은 며칠 동안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바닥의 먼지가 발에 밟힌다. 물병이며 쓰레기와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내가 주섬주섬 치우자 아들은 더 인상을 쓰며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냅두라고 한다. 내가 사 온 청바지 치수가 맞는지 맞지 않으면 교환하거나 수선해야 하기에 입어보라 하니 극도로 짜증이 올라간 아들이 뭐라 뭐라 투덜거린다. 자기가 사지 말라고 했는데 샀다며 입어보라 하니 억지로 입으려다 발이 어긋나 바지가 아들의 발치에 떨어졌다. 발아래 떨어진 청바지를 귀찮은 듯 아들은 성질을 내며 걷어찬다.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걷어차는 모습을 본 그 순간 그때까지 꾹꾹 참았던 감정이 치솟아 올라온다. 원하지 않던 말다툼이 일어날 것 같아 나는 다시 그 감정을 짓눌렀다. 씻고 강의를 들으러 나가야 할 아들과 실랑이할 시간도 없고 해서 그렇게 꾹꾹 눌러 참으며 볼일을 마치고 아들 집을 나섰다.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다고 미리 통화도 했고 일부러 일찍 간 것도 아닌데 사람을 쓸모없는 짐짝 취급하는 아들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다. 자식이지만 엄청 밉다. 자신이 얻어준 집인데 방 빼라고 하고 싶다. 다시는 그 집구석에 가지 않겠다며 치솟는 감정을 간신히 삭히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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