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이사를 했다. 이젠 주거마저 솔로공간으로 나서는 첫길이라 긴장이 되어 경계도 심해진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 한꺼번에 다가오니 두려움이 앞서서 일게다. 그러다 보니 타인을 받아들일 한치의 여유가 없다. 이해는 되지만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정년퇴직으로 경제활동 제로가 되었다. 다행히 슬롯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주거공간을 줄여서 이사 왔다. 옛말에 집은 줄여서 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어찌할 수 없으니 억지로 적응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 큰 집이 필요치 않은 솔로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유지해 오던 공간을 줄이니 생각보다 답답하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공간이 낯설어 여기가 어디인가를 한참 동안 생각해야 한다. 공간이 바뀌었음이 수긍이 되긴 하는데 내 집이라는 친밀감이 없어 와닿지는 않는다. 이사 온 뒤부터 매일매일 자신에게 여기가 이젠 내 집이라고 의식적으로 주입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사 온 날부터 내 집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들었는데 이젠 치매노인에게 사물명을 인지시키듯 여기가 내 집이라는 인지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겉돌고 외롭다. 집이 내 집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편안함을 느낄 것인데 이성적인 생각으로 주입하고 있으니 편하지가 않아 잠만 자고 밖으로 나가기 바쁘다. 나가지 않고 집에 있다 보면 출입이 자유로운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집이 아닌 교도소에 마냥 갇혀있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그런 어느 날 평소보다 늦은 외출을 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새로 이사 왔는가 보구먼? 이웃지간에 인사는 하고 지내야지요.‘한다. 돌아보니 백발의 노신사다. ’아, 네~‘ 애매하게 길게 끄는 톤으로 영혼 없는 대답을 하며 눈길을 마주치지 않게 살짝 비켜 목례만 했다. 어색하고 불편한 이 만남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쯤에서 멈춰도 기분 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차단선을 노인은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계속해서 자신의 말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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