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 촌지, 41조 연수
음담패설을 하는 무리(혼자서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무니까요)를 관찰해보면, 신기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리의 전부가 그런 음담패설을 듣고 재미있어 하거나 음담패설을 입에 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요.
쌍욕이나 패륜적인 표현, 혐오발언 등이 세트로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리의 도덕성이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떨어져 보이지요.
반전은, 잠시라도 그 무리에서 벗어나게 되면 멀쩡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정의롭고 예의바른 사람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음담패설을 비롯한 무례하고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모습들은 그 무리 내에서만 통용되는 '사적인 것'이고 일종의 놀이문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리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다른 사람이 목격하지 않도록 주의만 해준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비슷하다는
집단적 확신의 경험은
슬롯적 동물인 인간의
소속감을 충족시키니까요.
음담패설을 나누며 길거리에 침이나 뱉는 무리가 소소하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서도 어느 정도 '지들끼리니까'라며 이해할 만한 면이 있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국가가 나서야 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촌지입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전통의 변질이건, 불합리한 관행이건 간에 80년대와 90년대의 촌지라는 것은 확실히 말해 '슬롯악'이었습니다.
"다른 선생들도 다 받는데"라는 집단적 확신이 도덕적 마비감을 만들었고, 교사 개개인은 양심의 가바카라을 덜어 냈을겁니다.
거기다 돈이라는 실질적인 이득이 오는 것이다보니, 촌지를 요구하는 관행은 확대되고 일반화되었으며 촌지를 내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보복의 강도도 심해졌습니다.
모두가 비슷하다는
집단적인 확신은
촌지를 주고 받는 것에
'노하우'라는 것을 생성하기에 이릅니다.
은밀하게 요구하는 법, 티나지 않게 받는 법 따위를 어디서 보고 배우는지 비슷비슷한 모습입니다.
그 당시 교직슬롯라는 것은, 부도덕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그런데요.
지금은 어떨까요?
김영란법 등으로 촌지가 사라진 지금. 교직슬롯는 선량하고 정의롭고 정상적인 슬롯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알아봅시다.
오늘 내용은 꽤 깁니다.
지금 보실 내용은, 어느 교사 분이 교사분들의 커뮤니티에 올린 질문글입니다.
읽자마자 무슨 내용인지 아실만한 분들에게는 매우 기괴한 질문과 답변인데요.
일단 질문부터 보시죠.
정리해보자면
원래는 90일 간의 출산휴가 이후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입니다.
그런데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41조 연수를 신청하여 '근무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실제 출근은 하지 않습니다)
학기가 시작되어 수업을 해야하는 상황은 육아휴직을 사용합니다.
눈치채셨나요?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이에 41조 연수가 실질적으로 될 리가 없는데도 학교장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는 실질적인 복직 및 연수 의사 없이, 오직 명절휴가비, 정근수당, 급여 등 금전적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방학 기간에 서류상 '41조 연수'를 중간에 끼워 넣은 겁니다.
이러한 행위는 '부정한 방법으로 공공재정지급금을 청구·수령한 부정청구'에 해당합니다.
그럼 이 교사분이 부정한 41조 연수 사용으로 얼마나 벌어갈지 볼까요?
일단 본봉에 수당을 더한 월급을 일을 하지 않고 받습니다. (400만원 내외 예상)
41조 연수기간 내에 명절이 있으므로 명절휴가비를 받습니다 (180만원 내외 예상)
41조 연수가 근무기간에 포함되면서 7월 정근수당이 늘어납니다 (50만원 내외 예상)
이렇게 41조 연수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이에 끼워두고 출근하지 않으면 600만원 이상은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직접적이고 가혹한 피해는
기간제 교사에게 돌아갑니다.
정규 교사가 방학 직전 출산휴가를 마치고 육아휴직을 이어서 쓰면, 방학 기간을 포함해 긴 기간 계약을 맺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규 교사가 방학 기간에 '41조 연수'로 서류상 복직해 버리면, 학교는 기간제 교사와의 계약을 방학 직전에 중단(퇴직)시켰다가 개학 후 다시 계약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기간제 교사는 방학 동안의 급여, 퇴직금 산정 기간, 명절휴가비를 통째로 날리게 됩니다.
정규 교사가 41조 연수로 챙겨간 500만~600만 원의 불로소득은 사실상 기간제 교사가 받아야 할 대가를 빼앗은 결과가 됩니다.
이제 이 질문이 왜 기괴한 질문이었는지 이해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편법으로
세금을 꿀꺽할건데,
혹시 이러저러한 수당도 먹을수 있나?
이걸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걸 대놓고 물어보는것 자체가 그 커뮤니티의 수준을 말해줍니다.
이제 댓글을 보시죠.
화기애애한거 보소.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육휴(육아휴직)도 강제할 수 없다"는 표현에서 이들이 41조 연수를 활용해서 출근하지 않고 휴가처럼 쓰는 일을 얼마나 '권리'처럼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나 더 보실까요?
41조 연수라는 제도가 현장에서는 얼마나 휴가이용권으로 변질되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일반적인 것인지 알 수 있는 질문과 답변입니다.
마치 어떤 무리에서는 음담패설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교직슬롯에서 41조 연수를 휴가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일반적인지 가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자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겨울방학에 호주 2주 여행을 가고 싶은데 연가(휴가) 일수가 부족하다.
그런데 41조 연수는 올려두어서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몰래가려면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댓글이 재미있으니 바로 댓글을 보겠습니다.
전체를 뜯어봐도 41조 연수를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조언같은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상적인 말을 하면 배척당하는 무뢰배 집단일까요?
주요 댓글은 따로 적어 보았습니다
아무 문제 없어요. 아주 흔한 경우입니다
아주 흔하답니다.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최근 교사들이 41조 연수관련 방어논리를 펴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 논리의 가장 큰 틀은 "41조 연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사는 방학 때도 일은 한다"는 것입니다.
보셨죠?
휴가를 가려고 41조 연수를 올리는게
아주, 아주 흔한 일이랍니다.
거짓말을 해야 방어할 수 있는 논리는
논리가 아닙니다.
매년 국외자율연수로 올려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기 중에 조퇴 다 써버려요 ㅎㅎ 편히 다녀오세요.
이 댓글을 쓰신 교사분께서는
방학 중 개인 해외여행은 세금 지원을 받는 '41조 국외자율연수'로 다 털어먹고
아껴둔 진짜 연가는 학기 중에 수업 전후로 조퇴, 외출하는 데 몰아서 써버리고
결국 방학 중에도 100% 월급을 받고, 학기 중에도 조퇴를 남발하여 학생들의 학습권과 생활지도 공백을 만듭니다.
개인의 자질과 태도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공개적으로 올리는 심리를 생각해보면 섬뜩하죠.
이 무리에서는 '41조 연수 제도를 잘 이용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최대화 하는 것이 자랑할만한 일'인 겁니다.
외부적으로는 생기부며 다음 학기 준비며 교재 연구에다 학생지도까지 교사들이 방학에도 죽어나간다고 하면서도, 그들 내부의 커뮤니티에서는 복무제도를 악용하여 불로소득을 얻고, 유급휴가를 최대한 뽑아 먹는게 자랑거리인 겁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정교사들도 유럽 이런데 가면 연가 모자라니 다 국외자율쓰시더라구요! 교사들 흔히 쓰기도 하고 감님이 막을 권한도 없으니 맘 놓으세용!
원래 국외자율연수는 학교장이 연수의 타당성과 계획서를 엄격히 심사하여 승인해야 하는 '공적 복무'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신청하면 무조건 승인해 줘야 하는 당연한 권리"로 치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41조 관리에 손은 놓는 동안, 학교에서는 불법이 꿀팁이 되고, 배려차원의 제도가 권리가 되었습니다.
외부를 향한 교사들의 방어논리를 믿지 마세요.
내부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이렇답니다.
댓글을 좀 더 볼까요.
작고 소중한 연가는 학기중에 자녀 교육에 다 쓰게되구요...(중략).. 지난 겨울 호주 한달 다녀왔는데...
학기 중에 연가를 모두 소진한다는 댓글입니다.
이상하죠?
외부를 향해 외치는 교사분들의 목소리는 늘 '학기중 연가를 못 쓴다'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정말로 연가를 못쓰는 상황이면, 학기중에 연가를 다 써버린다는 부분에 반응이 있을 법도 한데, 모두들 '한달살기'에 주목하고 있지요.
학기중 연가 사용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연가를 모두 소진하는 것도
드물지 않다는 정황증거입니다.
보통의 온라인 게임인은 불가능한 '호주 한달살기'에 대한 반응 또한 '와아~ 저도 해봐야겠어요~'정도의 수준입니다.
교사라면 41조 연수제도를 활용(악용이지요)해서 한달살기건 한달보름살기건 가능하다는게 상식인 모습입니다.
비슷한 것, 하나 더 볼까요?
비슷한 내용이지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이에, 실제로 할 리도 없고 효용도 없을 자율연수를 하겠다며 거짓 복무를 달고, 급여와 수당을 챙기고, 기간제교사의 기회를 빼앗겠다는 거지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이에 41조 연수를 '챙기는 것'이 보통이라는 증언까지.
이 부도덕함을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댓글 보실까요?
이 댓글들에 대한 해설은 생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느끼실 수 있을 테니까요
촌지가 극심하던 시기. 너무 선을 넘어버린 교직슬롯에서는 자정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전교조였지요.
촌지를 받지 않겠다고 천명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지지는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전교조는 끝내 교사들의 힘으로 교직슬롯의 어둠을 정화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김영란법
전교조가 탄생하고도 10년이 훨씬 지나, 강력한 법과 감시의 눈이 교단에 몰아치자 '겨우' 촌지 관행을 과거로 흘려버릴 수 있었습니다.
41조 연수 문제는 아직 교단 내에 자정의 목소리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허지만 선은 확실히 넘었습니다.
교사들의 커뮤니티 내에서 41조 연수를 편법으로 쓰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고, 학기중에 연수를 모두 쓰고 방학때는 41조 연수를 한다고 휴가를 떠나는 것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무용담이 되면 41조 연수를 내어 연수를 받고, 연구를 하고 학습방법과 지도계획을 짜고 평가방법을 실험해보는, 응당 해야하는 교사의 본업이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예의있게 말하고 사람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면을 보려는 사람이 양아치들 무리에서 놀림을 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감사결과를 기다립니다.
'모두 그렇게 쓴다'는
교사들의 집단적 확신이
그들의 도덕성을 마비시킬때
냉정한 법과 상식이
정의가 무엇인지 일깨워주길
바랍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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