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잘 쓴다"는 말을 들으면, 하네스나 루프 엔지니어링을 능숙하게 설계하거나 Fable, Astra 같은 새로운 모델을 빨리 익히는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 나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기술과 모델의 발전은 끝이 없고 그것이 본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유행했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도 지금은 거의 강조되지 않는데, 이젠 최소한의 명령만으로도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며,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역량을 아득히 뛰어넘은 지금, 이제 유일한 제약은 우리의 '생각'이 아닐까? 하지만, 도구를 잘 다루는 법에 비해 생각의 크기나 마인드셋을 바꾸는 훈련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참고할 만한 연구를 몇 개 찾았다. MIT 미디어랩이 2025년 발표한 <Your Brain on ChatGPT>는, AI를 먼저 쓰고 나서 스스로 생각한 그룹의 뇌 신경망 연결성이 눈에 띄게 낮았다고 말한다. 반대로 먼저 스스로 생각한 뒤 AI를 쓴 그룹은 주의력과 기억력 지표가 더 높았다. 하지만 지금의 우린 인지적으로 더 피곤해져 있기에, 예전보다 더 쉽게 더 무의식적으로 버튼을 누른다.
생각의 크기를 확장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 나는 스케일업 씽킹(Scale up thinking)이란 스킬을 만들었고, 모든 질문 과정에서 무조건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스킬은 내가 어떤 요청을 하든 곧바로 실행하지 않고 역질문을 하는데, 원래 크기(1배)와 10배, 100배로 스케일을 키운 아이디어를 나란히 보여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HR SaaS 시장 조사해 줘"라고 요청하면, 1배는 시장 현황 정리에 그치지만 10배는 경쟁사 비교와 진입 기회 평가까지 확장하고, 100배는 인접 국가의 제품을 함께 비교하며 지금 서비스의 포지셔닝 제안서 수준까지 나아간다.
이 10배라는 숫자는 구글에서 강조했던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에서 가져왔다. 문제를 10% 개선하는 것과 10배 개선하는 것은 접근 자체가 다르다. 10% 개선은 기존 방식을 더 열심히 하는데 그치지만, 10배 개선은 아예 다른 경로를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을 던지든, 무조건 10배, 100배로 키워보라고 제안하면. 내가 가진 생각을 한번 더 비판적으로 보게 되고 아예 다른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이 스킬을 사용한 지는 이제 3개월 정도 지났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생각을 스스로 제한해서 질문하는지, 내가 얼마나 AI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지 알게 되었다. 마치 연봉 1억 받는 시니어 매니저를 채용해서 인턴급 업무만 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발간된 바카라 <초풍요의 시대>는 AI와 로봇공학, 생명공학의 융합이 생산 비용을 급격히 낮추는 시대를 전망한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자체가 저렴해질수록, 저자들은 증강된 창의성과 목적의식이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결과물을 만드는 비용이 낮아질수록, 그 결과물을 "어떤 질문에서 출발시켰는지"가 차이를 만드는 게 아닐까? 기술과 도구가 풍요로워질수록, 오히려 목적과 질문이 더욱 희소해지게 되는 셈이다.
하단에 스킬 링크를 공유한다. 비슷한 결의 스킬을 하나 더 발견했는데, Socrates라는 스킬이다. 이 스킬은 스케일업과 반대편에 가깝다. 답을 주지 않고, "절대 답하지 않고 항상 되묻는다"는 원칙으로 끝까지 질문만 던져서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 스케일업이 "이걸 얼마나 크게 할 수 있나"를 묻고 선택한 크기로 실행까지 해준다면, Socrates는 실행 없이 계속 되묻기만 하며 생각을 파고들게 만드는 방향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질문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말라"는 같은 전제에서 출발하는 스킬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두 스킬 다 설치해서 써보시고, 더 나은 버전을 만드셨다면 공유해 주셔도 좋겠다.
Scale up thinking: https://github.com/kgh00217-stack/scale-up-thinking-sk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