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 놀란의 세계가 집대성된 3시간의 찰나

영화 후기

by강정욱

내가 가장 애정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오늘 아침에 드디어 <오디세이>를 봤다. 기대가 매우 높았음에도 넉넉히 충족시키는, 지금까지 그가 쌓아온 세계관을 단 한 편으로 총망라하는 작품이었다.


워낙 팬이기에, 영화가 흘러가는 내내 그의 전작들이 스쳐 지나갔다.

<메멘토>의 교차 편집과 기억에 대한 재해석

<인셉션>의 현실을 붙들게 도와주는 토템

<덩케르크>의 전쟁에 대한 시각과 강렬한 귀환에의 의지

<인터스텔라>의 아득히 흘러가 버린 시간 뒤에 남겨진 상실감

<오펜하이머>에서 자신이 저지른 일의 파장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죄바카라감까지.


솔직히 오디세이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낼 줄은 몰랐다. 3천 년 된 원작을 훌륭하게 재해석하면서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냈고, 그럼에도 대중적인 시선을 잃지 않았다. 정확하게 무게균형을 찾은 셈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역시 놀란의 장기인 '각색과 편집'이다. 영화 내내 벌어진 일들의 원인이 시간순으로는 엄연히 '과거'였지만, 영화적 배치상 '뒤'에 놓이면서 비로소 퍼즐이 완성된다. 널리 알려진 고전이라 결말이 아쉽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쉬움은 커녕 완벽한 개연성으로 완결지었다.


시대적 메시지도 의미있었다. 환대와 규범(제우스의 법칙)이 지배하던 평화의 시대가 가고, 오직 '힘 대 힘'으로 부딪치는 지금의 국제슬롯를 향한 비판어린 시각도 느껴졌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지만 그의 메시지와 질문들을 돌이키다 보면 마치 찰나처럼 지나가 버렸다. 스크린의 힘을 여전히 믿는다면 반드시 극장에서 경험해야 할 소중한 경험이다.


P.S. 참고로 IMAX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반 영화관에서의 경험도 충분히 훌륭했다. 특히 올해 여름은 워낙 더워서 극장을 자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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