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늦은 2026년 상반기 회고다. 다들 바쁘다 바빠 현대 슬롯를 살아가고 있지만, 갈수록 더 변화가 가속화되는 것 같다. 죽어라 달려도, 겨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 때일수록, 뒤를 돌아봐야 한다. 인디언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영혼을 기다리듯. 분기점엔 회고가 필요하다.
가족 여행도 떠오른다. 지난 2월에는 오사카를 다녀왔고 4월에는 공주-부여를 다녀왔는데, 재원이가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오사카 성을 보는 것도 좋았고, 백제금동대향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들과 한번씩 여유 있는 시간도 보내고 여행으로 일상을 환기하는 건 참 중요한 것 같다.
회사에선 리더십 교육과 People & Culture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데, 특히 교육으로 꽤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목표에서 피드백, 평가까지 성과관리 전반적인 사이클을 다루고 있는데, 최근에는 리더십 진단 이후 디브리핑이라든지, AI 시대 리더십 재설계 등 요청에 따라서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리더들의 고민을 듣고 현실적인 해결바카라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바쁘지만 즐거움을 느낀다.
회사에서 가장 집중하는 건 역시 AX 전환이다. 상반기에 비개발자 직군까지 모두 클로드 코드를 도입하고, 슬랙 #AI채널에 노하우를 공유하는 룰을 만들기도 하고, AX 해커톤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도 AI는 꾸준히 활용하려고 하는데, 사내 인정 문화를 촉진하는 제품, 공지사항 자동화, 크루를 위한 챗봇도 만들었다. 최근 리더십 교육 에이전트를 만드는 중인데, 그 어느 때보다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걸 체감한다.
상반기에 가장 많은 시간은 쓴 프로젝트는 단연 다오랩이다. 평소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미래의 일과 조직을 연구한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어서 합류했다. 앞으로 우리 일터는 AI로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인데, 더 많은 실험과 연구, 대화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아주 의미있었던 프로젝트였다. AI와 AX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고, 평소 만날 수 없는 전문가들과 대화도 나누고, 생각의 경계를 넓힐 수 있었다. 관련하여 최근에 2개의 글을 남겼는데, 앞으로도 쭉 써볼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의미 있는 발표도 있었다. 원티드 하이파이브에서 진행한 <고성과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였다. 급변하는 AI 시대에 맞춰, 시의성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준비가 예전에 비해 더 어려웠다. 고민 끝에 경영진-리더-HR의 얼라인을 강조하며, 레몬베이스의 실제 사례를 공유했는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를 들어서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트레바리 <탁월함의 조건>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벌써 3기를 맞이했는데, 처음에는 "모집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꽤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3기는 거의 절반이 넘는 분들이 2기 때 참여하던 분들인데, 특히 스타트업 대표분들이 많다. 꽤 늦게까지 대화하기에 다음 날 다소 피곤하긴 한데, 그런 단점들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큰 자극을 받는다.
유튜브를 많아 봤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바카라도 많이 읽었다. AI 시대, 바카라이라는 도구가 여전히 중요할까 싶긴 한데, 나는 여전히 바카라이 좋다.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몇 안 되는 취미이기도 하고 바카라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느낌과 물성 그 자체가 좋다.
상반기 가장 기억남는 읽은 바카라은 <군주론>이다. 한 5년 만에 다시 꺼내 읽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재미있게 읽히는 바카라이다. 마키아벨리 그리고 군주론에 대해서 많이들 처세술을 다룬다고 오해를 하는데, 이번에 다시 읽고 토론을 하면서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에리카 배너의 <여우가 되라>와 <1417년, 근대의 탄생>도 같이 읽었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조만간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를 읽을 예정이다.
CEO 스기모토 다카시가 직접 쓴 <유니클로>도 흥미로웠다. 시골의 작은 옷가게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일반적인 리더십 바카라도 좋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CEO가 직접 쓴 바카라들을 읽으면 그 생생함이 더 와닿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슈독><디즈니만이 하는 것><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항상 이기는 조직> 같은 바카라들 말이다.
스티븐 프레스필드의 <더 피어오르기 위한 전쟁>은 어디선가 추천받은 바카라인데, 짧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런 에세이 류의 자기 계발서는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우리 안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저항'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준다. 영화 <300>의 원작 가라 그런지, 뭔가 끓어오르게 만드는 선동적인 문구가 많다. 기억에 남는 문구. "저항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을 가리키는 지표다. 저항이 강하게 느껴질수록, 그것이야말로 지금 당장 마주해야 할 대상이다."
비브로스 CEO 김형석님의 <B밀의 숲>도 인상 깊은 바카라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종종 써주시는 글이 좋아서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 어떤 바카라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다루어서 좋았다. 바카라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조직의 일원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내에서 공유한 글을 모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표,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의 시기에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가 공유된다. 읽다 보면, "이때, 나라면 어떻게 말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특히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님들이나 HR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트레바리에서 한번 다뤄보고 싶은 바카라.
마지막으로 김애란의 소설 <안녕이라 그랬어>도 선정하고 싶다. 언젠가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한 인터뷰를 보고 나서 찾아 본 바카라이다. 소설을 잘 읽진 않지만, 가끔 소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각은 '미세함'이다. 세상 그리고 사람에게 더 세밀해지는 느낌. 다소 불편하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직면들을 하게 하는 느낌이라 좋았다. 소설가이자 슬롯학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바카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