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이 웃네

UBO Photo essay no.09

by소걸음

해월이
지목을 피하여
가는 골짜기 마을마다
동학은 새로이 싹을 틔웠네
그러나 해월이 꼰대였겠는가
만나는 사람마다
동학을 말하고
우리 대선생의 도가
이러하다거니
아니면 저러하다거니
떠벌였겠는가
그저
해월은
땅에 뿌리내리고
사람에 스며들어
그 속에서 한울을 보고
한울을 찾아
뵙고,
뵈었으니
모시고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모시는 사람이었네

바다로
가는 강물
흐르는 구름
이는 바람
우는 새
흔들리는 억새
마다마다
일하시는 한울을 보고
모시느라
쉴 틈이 없는 해월이
그 없는 틈 사이에
틈을 내고 길을 찾아
주경주경**
멀리멀리*
내달려서
가는 동안에
틈틈이
꽃이 피었네
삼백예순 날
삼백예순 송이
꽂마다 비가 내렸네
비
소리 때맞추어
비로소
어제는 어느 고을짝에서
야독야독** 주문을
헤아리다 날을 새우고
오늘은 높이 날아
고비고비* 씨를
뿌리고 내일은 또
노을이
노을빛으로 지는
강가에서
비로소
한울님!
스승님!
불러
보네
보따리
풀어 놓고
우네
꺼이
꺼이
울며
늙은 어머니 계신 둥지로
날아가는
까마귀
보며
웃네


*高飛遠走 : 수운이 해월에게 내린 가르침

**晝耕夜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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