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과 새살
벌레로 깨어난 카프카의 아침은 기이한 예외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種)이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치러내는 지극히 평범한 형벌의 시작이다. 우리는 그 흔한 반복에 허물을 벗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며 부인하기 힘들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타인의 시선이라는 정교한 틀에 맞춰 스스로의 마디를 자르고, 피부의 색을 바꾸며, 말소리를 가다듬는 연금술을 배운다. 살아남기 위하여, 사랑받기 위하여, 혹은 그저 잊혀지지 않기 위하여 사람은 스스로의 허물을 벗겨내며 무수히 다른 형상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참된 변신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껍데기의 교체가 아니다. 인간이란 본래 완성된 조각상이 아니라,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상처의 궤적에 따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진흙이자 유동하는 물결이다. 단단하게 고정된 자아라는 착각을 버릴 때, 사람은 무한한 변용의 가능성이라는 숭고하고도 서늘한 자유를 얻는다.
절망의 나락에서 우리는 슬픔의 형상을 하고 웅크리지만, 그 슬픔의 밤을 통과하며 뼈 마디마디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단단함을 얻는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타인의 영혼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유연하게 일그러지고, 고독 속에서는 스스로를 지탱하는 아득한 기둥으로 다시 굳어간다. 상처받았다는 것은 부서졌다는 뜻이 아니라, 마침내 나를 둘러싼 고루한 벽을 깨트리고 새로운 형태의 인간으로 탈피할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것은 깨끗하고 매끄러운 영원함이 아니다. 끊임없이 짓물렀다 새살이 돋는 그 흉터의 역사, 세월이라는 자갈밭에 구르며 제 모서리를 깎아내는 그 무서운 탄력성이다. 죽음이 찾아와 이 지상의 모든 형체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는 그 순간까지, 인간이라는 존재는 단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로 정지해 있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쌔빨간 거짓말이다.
사람의 변신은 끝나지 않는다.
세상이 내게 부여한 이름과 역할이라는 단단한 허물을 오늘 또다시 찢어발긴다. 벼랑 끝에서 날개를 펼치는 야수의 형상으로, 혹은 어둠을 삼키며 밑바닥을 기어가는 벌레의 정직함으로, 나는 매일 밤 나라는 존재를 다 태워 재로 만들고 매일 아침 전무후무한 새로운 '나'로 다시 깨어난다.
인간이라는 위대한 미완성, 그 끊임없는 탈피의 궤적이야말로 지상에 새겨지는 가장 아름답고도 거룩한 단 하나의 시(詩)를 스스로들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허물을 벗어던질 때마다 바닥에 남는 것은 단지 죽은 허물만이 아니다. 그것은 어제까지 내가 세상에 던졌던 언어의 사체이자, 한때 나를 온전히 증명한다고 믿었던 열망의 찌꺼기다. 우리는 자신이 벗어놓은 껍데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지키고자 했던 그 단단한 고집들이 실은 나를 감금하던 창살이었음을.
인간이 인간을 만난다는 것은 두 개의 완성된 세계가 부딪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속도로 탈피하고 있는 두 미완의 생명이 서로의 상처 입은 새살을 마주 대하는 일이다. 굳은살이 박이지 않은 부드러운 새살과 새살이 스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그 아릿한 통증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깊숙이 스며드는 유일한 통로다.
우리는 너무 일찍 완성되기를 갈망한다. 단정한 이름표를 달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성벽을 쌓아 올려 세상이라는 풍랑으로부터 안전해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매끄럽게 완성된 단단함은 오직 죽은 것들의 특권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비틀거리고, 금이 가며, 제 안에서 솟구쳐 나오는 새로운 생명력을 주체하지 못해 기존의 형태를 찢어발긴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일그러짐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은 타인에게 혐오스러워도 스스로에게는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다.
실패하여 무너져 내린 모습 또한 멸망이 아닌, 더 크고 깊은 형상을 채우기 위해 그릇의 테두리를 넓히는 고통스러운 확장일 뿐이다. 슬픔이 찾아오면 온전히 슬픔의 모양을 한 물이 되고, 분노가 치밀면 모서리가 날카로운 돌이 되어라.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서 아무것도 고이지 않은 투명한 바람으로 다시 태어나라.
지상에 새겨진 인간의 족적이란, 결국 수많은 허물들이 이어져 만든 하얀 비단길이다.
죽음조차도 이 위대한 변신의 서사 속에서는 마지막 탈피에 불과하다. 마침내 흙으로, 바람으로, 혹은 이름 없는 별빛의 형상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인간이라는 거대한 미완성은 끊임없이 제 존재의 껍질을 부수며 지평선 너머로 걸어갈 것이다.
그 변신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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