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지형이 되는 시간
어둠이 깊어지는 것은 빛이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눈이 다다를 수 없는 깊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는 손가락 사이에 남은 온기를 움켜쥔다.
어지러운 바람 속에서 무언가를 놓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을 지키는 일이기보다 스스로를 묶어두는 일에 가깝다. 벼랑 끝에 선 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 무게를 버리지 못해 땅속으로 손가락을 뻗을 뿐.
부서진 절벽의 단면마다
지나온 계절의 흉터가 번져 있다.
견딘다는 것은 거창한 결의가 아니라
멈추지 않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삼키는 일.
지나쳐 가는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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