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이 보고 싶은 것은 매출이 아니라 정확한 투입 비용이다.
전시회 참가 예산은 참가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필수 자원이다. 목적이 바이어 발굴이라면 바이어를 만나고 계약 테이블까지 이끄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이, 브랜드 인지도 제고라면 업계에 이름을 알리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이 예산에 담겨야 한다. 그러나 현장의 예산 편성은 대개 반대 순서로 진행된다. 부스 임차료부터 확정하고, 남은 금액으로 나머지를 채우는 방식이다.
그래서 전시회 담당 실무자의 고민은 결국 ‘전체 예산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로 모인다. 이 질문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다만 다른 참가업체들이 실제로 어떻게 예산을 나누고 있는지 참고할 자료는 있다.
위 그림은 CEIR에서 조사한 전시회 참가 예산 항목별 비율이다. 여기서 가장 큰 항목은 전시회 부스로 28%를 차지한다. 출장/이벤트(21%), 전시회 서비스(19%), 전시회 디자인(12%)이 뒤를 잇는다. 이 숫자에서 먼저 읽어야 할 것은 부스의 비중이 아니라 부스 이외의 비중이다. 부스 임차료로 1억 원을 확정했다면, 이 비율을 단순 환산할 때 전시회 참가에 드는 총비용은 3억 6천만 원 안팎이 된다. 부스 계약서만 보고 예산을 승인한 경영진이라면 실제 지출 앞에서 놀랄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또 하나는 홍보마케팅이 6%라는 점이다. 참관객이 부스를 찾아오게 만드는 활동에 가장 적은 예산이 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 비율이 정답은 아니다. 업계 평균일 뿐이며, 우리 회사의 참가 목적에 비추어 이 배분이 맞는지 점검하는 것이 예산 편성의 첫 단계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 한 참가업체가 부스 임차료로 1억 원을 바카라정했다면, 위 비율을 단순 적용한 총비용 구조는 아래와 같다. 업체마다 실제 수치는 다르지만, 부스 외 항목이 부스의 두 배 반이라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항목별 비율보다 각 항목에 어떤 비용이 포함되어야 하느냐이다. 참가업체 담당자들에게 홍보마케팅 항목에 어떤 비용이 들어가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기념품이나 부스 이벤트 비용이라고 답한다. 틀린 답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현장 마케팅의 일부일 뿐이다. 예산을 짤 때의 기준은 결국 전시회 참가 목적에 따른 모든 수반 활동이 비용과 매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쉽게 점검하는 방법은 시기별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사전 마케팅, 현장 마케팅, 사후 마케팅 단계마다 어떤 활동이 일어나고 어떤 비용이 따르는지 적어 보면, 부스 안에 갇혀 있던 예산의 시야가 부스 밖으로 넓어진다. 아래 표는 단계별 주요 활동과 이에 따른 비용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같은 틀이라도 참가 목적에 따라 예산의 무게중심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 바이어 발굴이 목적이라면 사전 초청과 미팅 사전 약속, 사후 팔로업의 비중이 커진다. 부스는 만나는 장소일 뿐, 만남은 부스 밖에서 이미 시작되기 때문이다.
• 브랜드 인지도가 목적이라면 콘퍼런스 연사 참여, 어워드, 사이드 이벤트처럼 부스 밖의 가시성을 높이는 항목의 비중이 커진다.
• 신제품 론칭이 목적이라면 전시품 운송과 시연, 기자회견 등 현장 임팩트에 필요한 항목의 비중이 커진다.
부스 밖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콘퍼런스 연사 참여, 어워드 출품, 사이드 이벤트, 바이어와의 구조화된 미팅처럼 참가업체의 존재감을 부스 바깥으로 확장하는 활동, 이른바 아웃보딩(outboarding)은 예산서에 항목이 없으면 집행도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산서에 없는 활동은 전시회 성과 관리의 시야에서도 사라진다.
전시회 참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 경영진들이 있다. 그들이 전시회 참가를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첫 번째 이유는 비용 투입 대비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비용은 명확하다. 반면 성과는 계약을 제외하면 브랜드 인지도, 부스 참관객 수, 세일즈 리드처럼 대부분 추상적이다. 숫자가 분명한 비용과 숫자가 흐릿한 성과를 나란히 놓으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그러나 전시회 참가 목적은 눈앞의 계약만이 아니다. 회사의 마케팅 활동이 당장의 성과만을 겨냥하지 않듯, 전시회 참가 역시 중장기 관점에서 바이어를 발굴하고 그 바이어를 계약 테이블까지 데려오는 과정이다. 이 시간 차이를 경영진에게 설명하려면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는 정확한 비용에서 나온다.
성과를 세 층으로 나누어 보고하는 방법도 유효하다. 첫째는 계약 금액과 같은 결과 지표, 둘째는 리드 수와 미팅 수처럼 계약에 앞서 움직이는 선행 지표, 셋째는 브랜드 노출과 업계 내 평판 같은 장기 지표다. 계약이 아직 없어도 선행 지표가 쌓이고 있다면 전시회는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진이 보고 싶은 것은 불확실성의 크기가 아니라 그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비용이 커 보인다고 일부를 숨겨서는 안 된다. 마케팅팀, 영업팀, 경영지원팀의 예산에 흩어져 있는 전시회 관련 비용을 걷어 내면 전시회는 싸 보이겠지만, 그 순간 성과도 측정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사전·현장·사후 마케팅 단계마다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전시회의 비용(cost)으로 매칭해야 한다. 비용을 관리해야 성과를 추적할 수 있다.
전시회 준비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래와 같은 예산서 안에 들어와야 한다.
이 예산서를 쓸 때 유의할 점은 전시회를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빠짐없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어에게 보낼 초청장, 인스타그램 이벤트, 홈페이지 홍보, 뉴스레터부터 전시회 종료 후 설문조사까지, 전시회와 연관된 비용이라면 모두 포함한다. 특히 아래 항목들은 생략되기 쉽다.
• 전시회 스탭이나 연사를 위한 뒤풀이, 이벤트 경비
• 기자회견, 기자 식사 등 언론 대응 경비
• 연사 지원 비용
• 전시품 보관 창고 비용, 부스 시연 비용
• 사전 홍보 비용
• 전시회 종료 후 바이어 관리 비용
• 에이전시·대행사 비용
예산서에 직접비와 간접비를 모두 담는 이유는 하나다. 전시회 성과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다. 분모인 총비용이 정확해야 분자인 성과, 즉 계약과 리드, 브랜드 평판의 가치를 계량적으로 도출해 ROI 관점에서 관리할 수 있다. 총비용이 확정되면 리드 1건당 비용, 미팅 1건당 비용, 참관객 1명당 비용 같은 효율 지표도 계산할 수 있다. 전시회 간 비교와 다음 해 예산 협상은 이 지표 위에서 이루어진다.
ROI(%) = (전시회로 얻은 성과의 가치 − 총비용) ÷ 총비용 × 100
계약 금액은 바로 대입할 수 있지만 리드와 브랜드 평판은 환산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기준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합의해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드의 계약 전환율과 평균 계약 금액을 가정해 리드의 기대 가치를 정하고, 그 가정을 매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면 기준 자체가 흔들려도 해마다 추이는 비교할 수 있다.
실제로 모든 비용을 집계해 보면 대부분의 기업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전시회와 관련 이벤트에 투입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는 불편한 사실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재료다.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전시회와 마케팅에 예산을 더 투입할지, 아니면 비용을 효율화해 다른 예산으로 전환할지를 근거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예산서 서식을 채우기 전에 아래 네 가지 질문에 먼저 답해 보기를 권한다. 숫자는 그다음 문제다.
1. 이번 전시회의 참가 목적은 무엇인가: 바이어 발굴, 신제품 론칭, 브랜드 인지도 제고는 서로 다른 예산 구조를 요구한다. 목적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으면 부스 안의 시연과 기념품에만 비용이 몰린다.
2. 그 목적을 이루려면 사전·현장·사후에 어떤 활동이 필요한가: 참관객을 부스로 오게 하는 활동과 만난 뒤 관계를 이어 가는 활동까지 적어 본다. 현장 3~4일에 앞뒤로 수개월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3. 각 활동의 비용은 어느 항목에 들어가며 누락된 것은 없는가: 다른 부서 예산이나 대행사 계약에 숨어 있는 비용까지 찾아 한 장의 예산서로 모은다.
4. 집계된 비용은 성과 지표와 연결되는가: 리드, 미팅, 계약 같은 지표마다 담당자와 측정 방법을 정해 둔다. 측정되지 않는 비용은 다음 해에 설명할 수 없다.
결국 정확한 비용 분석은 CEO가 향후 전시회 참가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전시회의 성과 관리는 부스 계약서가 아니라 예산서에서 시작된다. 비용을 숨기는 전시회 담당자는 성과를 증명하지 못한다. 반면 비용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전시회 담당자는 다음 해 예산 확보에 필요한 논리와 타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전시저널 11월호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