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2학기, '스마트 MICE 디자인' 강의를 준비하며
올 가을 2학기 한림대에서 새로운 과목 하나를 맡는다. 이름은 '스마트 MICE 디자인'. 언뜻 보면 전시·컨벤션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훑는 개론 과목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 강의를 조금 다른 목적으로 쓰려고 한다. MICE 산업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세상에 내놓는 전 과정을 직접 겪게 하는 것. 그것이 이 과목의 진짜 목표다.
한 학기 16주 동안 학생들은 자신의 강점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 시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가상의 MICE 기업을 기획하고, AI 도구로 사업계획서와 홈페이지를 만들고, 마지막에는 투자자 앞에 서듯 피치덱을 발표한다. 중간에 시험이 하나 있고, 나머지는 전부 실습과 토론과 협업으로 채워진다. 강의계획서만 보면 창업 수업처럼 보이지만, 나는 이걸 창업 수업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이건 '기업인 훈련'이다.
취업 준비와 기업가 훈련은 다르다. 취업 준비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자리에 자신을 맞추는 일이다. 이력서의 빈칸을 채우고, 자기소개서의 문장을 다듬고, 면접에서 정답에 가까운 대답을 연습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반대로 기업가 훈련은 질문의 방향이 다르다.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그 강점으로 세상에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 전자는 자리를 찾는 일이고, 후자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기업인이란 반드시 회사를 차리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어느 자리에 있든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자원을 모으고, 결과를 바카라임지는 태도로 일하는 사람 — 그것이 기업가정신이고, 그 정신을 가진 사람이 기업인이다.
내가 십여 년을 몸담았던 전시산업 현장에서, 그리고 그 이후 수백 개 기업의 글로벌 전시 마케팅을 컨설팅하면서 반복적으로 목격한 장면이 있다. 똑같은 스펙, 똑같은 자격증을 가진 두 사람 중에서 결국 살아남는 건 자기 강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반면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자신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울타리가 흔들리는 순간 함께 흔들렸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시대는 그 울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빠르게 흔들리는 시대다. AI가 직무를 재편하고, 산업의 경계가 매 분기 다시 그려진다. 이런 환경에서 필요한 건 특정 직무에 최적화된 인력이 아니라, 변화 앞에서 스스로 다시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래서 이 강의는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답을 주지 않는다. 첫 주에 던지는 질문은 "MICE 산업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다. 자기 이해에서 출발해 시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언어로 번역하고, 브랜드로 구체화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결과물(홈페이지, 발표자료)로 만들어내는 이 전 과정은 사실 MICE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MICE는 다만 학생들이 발을 딛고 실험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구체적인 무대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 무대 위에서 학생이 배우는 것 — 아이디어는 어떻게 검증되고, 실패는 어떻게 데이터가 되고,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옮기는가 하는, 기업인이라면 평생 반복하게 될 근육이다.
물론 한 학기의 실습만으로 창업가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건 이 수업의 목표도 아니다. 목표는 학생이 졸업 후 첫 온라인 게임을 구할 때든, 5년 뒤 다니던 회사를 나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든, 그 갈림길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회사의 명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좌표가 되는 사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업인이다.
대학 교육이 오랫동안 '취업률'이라는 단일한 숫자로 평가받아온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숫자가 놓치는 것이 있다. 취업은 순간의 사건이지만, 직업은 평생의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한 학기짜리 강의실에서 그 평생의 과정을 다 가르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 과정을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첫걸음 하나는 함께 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학기, 그 첫걸음을 학생들과 함께 걸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