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닿지 않는 세계
하이얀 모래를 뿌려 놓은 듯한 대지 위에, 한 소년이 발을 내디뎠다. 땅은 온통 순백의 순수에 잠겨 있었지만, 그 위에 솟아오른 건물들은 마치 새하얀 캔버스 위에 다채로운 물감을 흩뿌린 듯 알록달록한 생동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소년이 발을 옮길 때마다, 하얀 대지는 미세하게 흔들렸다. 발자국이 남는 순간도 있었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마치 이곳이, 존재와 부재의 경계처럼. 그 경계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소년은 이상하게도 익숙하다고 느꼈다.
'선생님은 여기에 계실까?'
소년은 생각했다.
'히히, 선생님이 여기에서 날 보시면 깜짝 놀라시겠지?'
소년은 수년 전 헤어진 선생님을 떠올렸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으나 소년의 상상 속 선생님은 박제된 듯 그대로였다. 선생님은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수년 전 그날처럼, 여전히 아름답고 낯선 모습으로 이곳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것이었다.
"분홍, 노랑, 하양, 보라
서로 닿지 않은 채 떠 있고
코스모스처럼 따로따로 춤을 추네."
소년은 시를 읊조리며 언젠가 들었던 붉은 저택으로 나아가면서 수년 전의 그날을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