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발표한 트럼프
청구서 돌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텍사스 가스발전소, 대형 원전 8기, 알래스카 LNG 개발 등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대미 투자에 따른 것입니다. 이 금액은 국가예산(약 728조 원)의 약 67%, GDP(약 2,700조 원)의 약 18%에 달합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것은 전략투자분 2,000억 달러이고, 한국 정부는 총액과 연 200억 달러(약 28조 원, 예산의 약 4%)의 송금 한도를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알래스카 LNG는 한국이 상업성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을 뿐 투자를 결정한 바 없는데, 미국은 500억 달러 이상이라며 기정사실처럼 발표했습니다. 트럼프는 왜 이렇게 무리한 이야기를 할까요. 경제로 풀어보겠습니다.
미국은 제 바카라 『신뢰의 구조』에서 이야기했듯, 국채를 발행할수록 비용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집행해야 할 금액은 천문학적입니다. 11월에는 중간선거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워시 의장은 9월에 기준금리를 0.25% p 올렸고(3.75~4.00%), 연준 위원 대부분이 연내 추가 인상을 예상합니다. 트럼프는 사면초가입니다. 일부 언론은 알래스카 발표가 격전지 알래스카의 민심을 겨냥한 행보일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영태의 딜레마에서 명제 0, 군사적 강제 구조를 이야기했습니다. 트럼프가 지금 이 구조를 꺼내 든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이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서독 블레싱 서한(1967)에서는 주둔군 문제와 달러의 금 태환 포기가 문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사우디 1974는 "안보 보장 ↔ 달러 환류"의 구조였습니다. 플라자 합의(1985)는 안보와 직접 연결된 문서는 없지만 같은 구조의 정황 사례로 봅니다. 위압감은 공개된 군사력의 기록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미국은 최근 사우디의 군사지원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후티 반군 작전에 대한 지원 요청이었고, 사우디도 미국의 기지 사용을 거부하는 등 관계는 쌍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보호 능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시점에 청구서를 서둘러 돌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 재정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을 주변국에 전이시키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왜 미국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미국 채권을 보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외국 공식 부문의 매입 속도가 둔화되고 중국 등 일부는 보유를 줄이는 가운데, 증가분 대부분을 헤지펀드를 포함한 민간 부문이 흡수했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처럼 가격에 둔감한 매수자가 빠지고 가격에 민감한 매수자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매수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합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고,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이를 억제하겠다는 뜻입니다.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금리를 줘야 사줄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 즉 미국은 채권을 발행할수록 부담이 가중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결 방법은 시간입니다. 합의문은 알래스카 사업을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법적 요건 충족을 전제로 검토하기로 했을 뿐이고, 송금에도 연 한도가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시간을 벌 문서상의 여지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이 조건들을 지키며 미국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버텨내야 합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협상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그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에게도 같은 질문이 남습니다. 달러 자산의 신뢰가 어떻게 바뀔지는 시간이 답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내 자산이 원화와 달러에 어떻게 나뉘어 있고 환율과 금리 변화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는 지금 점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