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 메일을 107명에게 보냈다

소피 칼의 《Prenez soin de vous》

by사부작



어떤 문장은 읽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화면을 닫은 뒤에도 머릿속을 맴돌고, 몇 번이고 다시 읽게 하며, 끝내 대답하지 못한 말로 남는다.


프랑스의 개념미술가 소피 칼(Sophie Calle)에게도 그런 문장이 도착했다.


연인이 보낸 이별 통보 메일. 길고 장황한 설명 끝에 남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었다.


Prenez soin de vous.


당신 자신을 잘 돌보세요.


배려처럼 들리지만, 관계를 끝내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 문장은 다른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떠나는 사람은 마지막 인사를 남겼고, 남겨진 사람은 그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소피 칼은 그 메일에 답장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건넸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랐던 문장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이 《Prenez soin de vous》다.


1. 한 통의 메일, 107개의 해석


소피 칼은 여성 107명에게 이별 통보 메일을 건네고, 각자의 전문성과 관점에 따라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철학자와 언어학자, 법률 전문가, 정신분석가, 교정교열가뿐 아니라 배우와 무용수, 가수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앵무새까지 등장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같은 텍스트였다. 그러나 그것을 읽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었다.


교정교열가는 문장의 오류와 어색한 표현을 살펴보고, 언어학자는 언어의 구조를 분석한다. 법률 전문가의 시선은 관계의 종료를 진술과 바카라임의 문제로 바라본다. 배우는 문장을 목소리로 옮기고, 무용수는 언어로 표현된 감정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바꾼다. 앵무새는 인쇄된 종이를 부리로 쪼아 먹는다.


같은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분석할 텍스트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연기할 대본이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체로 번역할 대상이 된다.


이 작업에서 흥미로운 것은 107명이 남자의 진심을 밝혀냈다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문장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변형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적인 관계 안에서 문장은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장을 다른 사람의 언어와 몸, 전문적인 도구를 통해 다시 바라보면 새로운 대상이 된다.


소피 칼은 이별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대신, 타인에게 해석의 자리를 내어준다. 자신이 받은 문장을 다른 사람들의 작업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 순간 이별 메일은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해석이 개입하는 예술의 장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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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를 못하는 한국 엄마. 파리에서 전시합니다. 아이와 함께 만들었던 그림바카라을 시작으로 파리에서 아트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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