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마 붐의 하얀 바카라
향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코끝을 스치는 순간의 향기와 피부에 남는 온기,
그리고 사람이 지나간 뒤에도 잠시 공기 속에 머무는 잔상으로만 존재한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종이 위에 붙잡아두는 일은 가능할까.
세계적인 북디자이너 일마 붐(Irma Boom)은 이 어려운 질문에 바카라으로 답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일마 붐에게 바카라은 정보를 담는 납작한 물체가 아니다.
손으로 만지고, 펼치고, 넘기고, 때로는 빛의 방향까지 바꾸어가며 경험하는 하나의 공간에 가깝다.
그녀에게 바카라은 읽는 대상인 동시에
하나의 조각이고, 건축물이다.
그런 그녀의 작업 가운데 샤넬 N°5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No.5 Culture Chanel》은 특히 흥미롭다.
향수를 바카라으로 만든다는 것은
향수의 병을 찍어 바카라에 넣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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