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는 낚시꾼보다 가로등이 더 많아요. 안심하고 한 번 오세요.”
오늘 아침 카페를 나가며 그가 툭 던진 말이었다.
퇴근길, 여자는 집 대신 바다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떠돌이 생활은 생각보다 낭만이 없었다.
사람들은 제주에 오면 자유를 이야기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대부분은 출근했고 퇴근했고 편의점에 갔다. 이 카페 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샷 빠진 카라멜마키아또를 만들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지만, 두 달이 넘어가자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
네비게이션 화면은 온통 파랗게 빛났고 창밖은 칠흑보다 더 짙은 어둠으로 천천히 잠겨갔다.
오늘 하루 종일 꿈속에 살고 있었던 여자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설렜다.
처음은 아니었다. 여자는 살아오면서 몇 번 꿈속에서 오르가즘을 느낀 적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현실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현실의 사랑은 늘 중간에 끊어졌다.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도망쳤고 누군가는 처음부터 자기 것이 아니었다.
꿈은 이상한 곳이었다.
현실이 몇십 년을 살아도 끝내 허락하지 않았던 것들을, 마치 원래부터 그녀의 것이었다는 듯 너무도 쉽게 내어주는 곳.
깨어 있는 동안에는 끝내 닿지 못했던 기쁨도, 설명할 수 없는 충만함도, 때로는 한 인간이 평생에 한 번 가질까 말까한 황홀도 그곳에서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지나갔다.
오르가즘 역시 그중 하나였다.
현실에서는 번개가 자신을 피해 가듯 매번 비껴갔지만, 꿈은 가끔 하늘 한가운데서 조용히 벼락을 내려주곤 했다. 이번 꿈은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단지 누군가의 품 안에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하루 종일 그 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자는 핸들을 돌릴까, 잠시 고민했다. 집에 가도 할 일은 없었다. 결국 차는 그대로 바다를 향해 달렸다.
포구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어둠을 찾아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가로등 아래에는 낚싯대들이 묵묵히 줄지어 서 있었고, 방파제 가장자리에는 차박을 나온 사람들이 작은 불빛을 밝힌 채 밤을 견디고 있었다. 그 풍경은 외로워 보이기보다 평화로워 보였다.
낮에는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던 사람들이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 것처럼.
랜턴 불빛 사이로 컵라면 냄새가 흘러왔다.
정말이네.
가로등이 더 많네.
여자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아침 그 카페 손님이었다.
“어?”
여자를 알아 본 남자가 놀라는 표정이었다.
“진짜 있었네요. 가로등. 사람들.”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는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퇴근하는 길인가 봐요?”
남자가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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