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내가 되기에 늦지 않은 시간.

아주 오래된 습관들

by김사눅

학창 시절 역시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공부를 아주 못하지도 아주 잘하지도 않았다. 중학교에서 본 첫 시험에서는 그나마 상위권에 들었었는데 그 이후로는 괄목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같이 좋은 점수를 받았던 친구는 자기와 함께 공부하자고 권유했다. 좋은 말은 왜 귓등으로 흘렸는지,결국 그 친구는 고대에 입학해서 수학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의 말을 들었다면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을까 하고 종종 생각해보았다.

눈치를 잘 살피는 성격 은 낯선 곳에서 더 빛을 발했다. 그 중 가장 빛나는 건 중학교 입학해서 처음 사귄 친구의 꼬붕이 된 것이다. 처음 나에게 다가온 친구는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장했다. 그 친구를 중심으로 몇명이 더 간택되어 나를 포함한 3명의 무리가 생겼다. 낯선 곳에처 친구를 만들어준 그 친구가 고마웠다. 처음에는 넷이서 잘 어울렸다. 이제야 내 삶에도 한 줄기 빛이 생기는 건가 싶었다.하지만, 날이 갈 수록 한달에 한두번 꼴로 키가 큰 친구는 무리 중 한명을 은근하게 따돌렸다. 그게 내 차례가 될 때도 있었고 나머지 두 친구가 될 때도 있었다.

무리 속에서 은근하게 따돌리는 수법은 사춘기 소녀의 심장을 자주 옥죄어 왔다. ‘혹시 내가 뭘 잘못했을까?’ ‘이번에는 내 차례는 아니겠지?’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자주 무거웠다. 지금 이었으면 나머지 셋과 작당모의를 해서 주동자 친구를 담가버렸겠지만, 14살 소녀에게는 그 누국도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 친구의 집은 학교 바로 앞이었다. 반대로 우리집은 버스로 50분이나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매번 나를 자기 집 앞까지 오게 했는데 나는 아침마다 그 멍청한 짓을 반년도 넘게 지속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를 지나 그 친구 집앞에 가면 그친구는 매번 나와 있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집에 들어갔고 그 친구는 그제서야 학교 갈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그럴 때 마다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서 그 아이가 준비를 끝내기 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학교를 같이 걸어가면 ‘이번에는 따돌림은 내 차례가 아니겠지.’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 한심한 짓을 무슨이유로 그만뒀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 때의 기억은 꽤 오랫동안 나를 짓눌렀다. 뒤에서 수근 거리는 소리가 나면 ‘내 욕을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도 했다. 점점 머리가 커 갈수록 ‘이건 진짜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래된 습관들은 쉽게 고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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