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나를 돌보는 시간

태국의 마사지

bysafari njema

가족이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떠났다. 혼자 남은 집은 고요하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들어 마사지숍에 예약 전화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누군가는 바카라을 읽고, 영화를 보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운동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중에서도 마사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태국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가 활동 중 하나다.

집 근처 마사지숍에 들어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누우면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할일이 없다. 현대인의 분신 같은 휴대폰도 내려놓고,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를 챙길 필요도 없다. 그저 가만히 누워 마사지사의 손길을 느끼며 내 몸의 감각에만 집중한다. 전에 받아본 마사지사를 다시 만나는 날이면 더 좋다. 몇 번 호흡을 맞춰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압이나 불편해하는 부위를 알아서 맞춰준다.


태국에서 마사지는 일상이다.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근육통이 있는 날에도 받고, 일에 지쳐 목과 어깨에 피로가 쌓인 날에도 받는다. 그저 날이 흐려 몸이 찌뿌둥한 날에도 마사지숍 문을 밀고 들어간다. 동네 골목 어귀에도, 쇼핑몰에도, 사원 안에도 마사지숍이 있다. 내가 사는 콘도 1층에도 있을만큼 마사지숍은 늘 가까이에 있다. 특별한 날의 사치가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이다.


내가 태국 마사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둘째 아이를 태국에서 출산하고 받았던 산후 관리 덕분이다.


자연분만을 했기 때문에 출산한 지 2박 3일만에 갓난 아이를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출산이라 겁이 나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린 첫째도 함께 돌봐야 했으니 자칫하면 산후 조리가 매우 힘겨울 수 있었다. 사나흘 쯤 집에서 적응하고 있을 때 산후 관리 전문 마사지사가 집으로 왔다. 나는 9일 동안 매일 다섯 시간씩 관리를 받았다. '유파이(อยู่ไฟ)'라고 부르는 태국의 전통 산후 관리였다.

매일 다섯 시간.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수시로 먹이고 재워야 하는 신생아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첫째 아이, 그리고 꼭 해야만 하는 집안일까지.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았다면 내 몸을 돌볼 여유 따위는 챙기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산후 마사지사가 집으로 찾아와 갓난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면서 내 몸을 정성껏 돌봐주었다. 따뜻한 허브를 이용해 온몸을 마사지하고, 간이 한증막을 설치해 땀을 내게 했다. 훈증과 좌욕도 도와주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의 감각과 집을 가득 메웠던 허브향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째를 낳고는 한국의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삼시 세끼 식사를 챙겨주고 아기를 신생아실에서 돌봐주는 것은 편했다. 다만 내가 머물렀던 곳에서는 산모의 몸의 회복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나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에게 먹일 젖을 위해 잘 먹고 억지로 쉬어야 하는 느낌이 강했다. 작은 방을 중심으로 한 갇힌 공간에서 2주 내내 지내는 일도 답답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누군가 내 몸을 직접 돌봐주는 태국의 산후 관리가 특별하게 여겨졌다.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농담처럼 말한다.


산후 마사지 한 번 더 받고 싶어서 셋째를 낳을까 생각했다고.


농담이지만 반은 진심이기도 하다. 산후 마사지를 받은 뒤로 태국 마사지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마사지란 그저 불편한 몸을 풀어주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몸을 돌보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누군가 내 몸 구석구석을 정성스레 돌봐주는 시간. 그 정성과 돌봄이 좋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조용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콘도의 마사지숍 문을 밀고 들어갈 생각이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허브향이 가득한 방에 누우면 그때부터 한 시간쯤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 이방인의 메모

태국 전통 마사지인 '누앗 타이(นวดไทย)'는 태국 전통 의료의 한 부분으로 오랫동안 전승되어 왔다. 농촌 공동체에서 몸의 통증과 피로를 덜기 위해 마사지 치료자를 찾던 전통이 세대를 거치며 발전했고, 현재는 태국의 전통의학이자 건강관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방콕의 왓 포(Wat Pho)는 태국 전통 마사지와 의학 지식을 기록하고 전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세기 라마 3세 시기에는 전통 치료법과 마사지 지식을 사원에 기록하고 관련 조각상을 만들어 사람들이 배우도록 했다.


유파이(อยู่ไฟ)는 태국 전통의 산후 돌봄 방식으로, 직역하면 ‘불 곁에 머문다’는 뜻이다. 출산 후 산모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자궁 수축과 회복을 돕는 방법으로, 전통적으로는 불을 이용했지만 현대에는 허브 마사지, 허브 증기 찜질, 훈증, 좌욕 등으로 대체되었다. 단순히 산후 마사지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함께 이루어지는 산후 돌봄 문화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에 가깝다. 보통 3일에서 11일, 혹은 그 이상 기간 동안 하루 2~5시간씩 진행하며, 집으로 마사지사가 방문하는 방문 서비스가 일반적이다. 한국의 산후조리원처럼 입원 시설에 머무는 방식과 달리 일상 공간에서 받는 집중 돌봄의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