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가 뭐야
뭐 검토해주세요. 이런 말 많이 쓰잖아요. AI도 그래. AI로 이메일이나 요청사항 정돈하면 끝에 꼭 '검토바랍니다' 이런 말 자주 쓰거든요. 여러분 근데 잠깐 멈춰봐. 검토가 뭐야?
읽고 끄덕이는것?
읽고 피드백을 주는 것?
틀린 곳이 있는가 확인하는 것?
의견을 덧붙여달라는 뜻인가?
그냥 컨펌을 해달라는 건가?
골라달라는 건가?
검토해달라고 하면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 받는 사람은 알 수가 없어. 사실 주는 쪽은 기대하는 것이 있을 거란 말이지. [검토해주세요/확인해주세요/드립니다/전달드립니다]가 아니라 이렇게 말해야 해.
[수요일 오후3시 전까지 A,B안 중 하나를 선택해주시고 / 선택되지 못한 안에서 반영되어야 할 세부요소를 골라서 리스팅해주세요]
꼭 [상대의 행동]을 정확히 명시해주자구. 그 서술어라는 게 되게 마법같아서 딱 [해달라! 하라! 해! 해주세요! 해주십쇼!]가 들어가면 상대는 그걸 하게 돼. 그런데 이 서술어에는 위계가 있어.
프린스턴대학에서 만든 WordNet이라는 게 있어. 유의어DB같은거지. 이걸 만든 핵심개발자인 미국의 언어학자 크리스티안 펠바움은 troponymy(방식 관계)라는 개념을 말했어. 트로포니미(발음 개어려움)라고 부르지.
말하다 → 속삭이다 → 웅얼거리다
순서대로 구체화되지? 이처럼 유의어관계임에도 위계가 존재한다는거야. 검토도 사실 그래.
검토하다 → 선택하다 → 선택항목을 정리하다
이렇게 행위는 점점 더 구체화될 수 있거든. 우리는 상위서술어가 아닌, 하위서술어를 써야 한다구. 오늘은 내가 '검토, 확인, 요청, 전달'을 몇 번이나 쓰는 지 한 번 살펴보자구. 그리고 진짜 상대가 해야하는 리얼 행동이 뭔지 분해해보는겨. 레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