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뭔 전문가라고 하지 말고.
역할에 집착하기보다 누가 독자인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얼마 전부터 [너는 10년차 마케팅 전문가야] 이런 식의 역할 주기가 기본이더라고요.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버렸어!! 10년차 국밥먹기 전문가도 생길 것 같아. 물론 역할을 줬을 때 확실히 좀 진지해지기는 했어요. 적어도 반말은 안하더라고.
하지만 AI는 10년 동안 마케팅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잖아. 놈은 5년차와 10년차 마케터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나도 모르겠는데 지가 어떻게 알아요. 여러분은 그 차이가 뭔지 설명할 수 있으세요? 어렴풋하잖아. 생각을 좀 더 하고... 돈값할 것 같고... 좀 더 이것저것 근거를 잘 붙인다? 우리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잖아요. 이러면, AI가 쏟아주는 아이디어가 진짜 10년차의 그것인지 우린 판단할 수 없어요. 그냥 역할극을 하는 거죠.
좀 더 좋은 대답을 듣고싶으면 독자를 명확하게 규정해줘요. 그런데 독자라고 하면 페르소나부터 반사적으로 떠올리는데 잠깐 스돕.
성수동에 거주하는 25세 여성 온라인 게임인을 타깃으로, 우리 요가복 상세페이지 문구를 써줘.
보통 이렇게 쓰잖아. 이게 아니여. AI는 성수동의 느끼함을 이해하지 못해. 관련된 키워드를 조합하다가 괜히 억지스러운 MZ말투같은 것만 쓴다고. 나이와 위치, 직업 등으로 규정되는 것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만 알 수 있어요.
대신,
어느 정도의 어휘를 이해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구매에 있어 가장 고려하는 조건은 무엇인지
직업 특성상 제약사항들은 무엇인지
정체성을 그려내지말고, 필터링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말해줘요.
명령 : 우리 요가복 상세페이지 문구 중 part 1부분을 작성하라. 읽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어휘 : 요가 동작 이름은 알지만 복잡한 용어는 싫어해. 예를 들어 나일론 82%, 4-way 스트레치같은 소재 용어는 몰라. 기능은 전부 입었을 때의 경험으로 말해라
가치관 : 유행보다 오래 쓰는 걸 좋아한다. 로고가 크게 박힌 옷을 부끄러워 한다. 웰니스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하고, 건강과 균형이 삶의 가치라고 생각해.
구매 조건 : 가격보다 여러번 세탁해도 물이 빠지거나 무릎이 안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뒤에서 팬티라인이 보이는지 반드시 확인하려 한다. 내구성과 품질, 그리고 환불 규정을 먼저 확인해.
제약 : 출근 전 아침 수업을 들어서, 수업 끝나고 갈아입을 시간이 5분뿐이다. 실제로 이 옷을 입은 시간은 주말이 많다.
생각해보면 이건 AI뿐 아니라 방향을 잡는 우리도 확실히 해야하는 정보들이여. 뭔갈 시키려면, 내가 무엇을 시키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역설을 기억해요. 나중에 구매리뷰, CS내용, 인터뷰, 간담회 등으로 고객 데이터가 겁나 쌓이면 그걸 분석시켜서 위 내용을 요약해낼 수 있을거야. 근데 처음엔 내가 해야지. 요 5가지 꼭지를 가지고, 한 번 정리해보세요. 나도 해볼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