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복원

-정용준 작가의 『겨울통』을 읽고

by김유이


'나에게서 제일 소중한 존재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소재는 시대불문 세대불문 한 번씩 상상해 본 주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 부활이라는 개념은 더더욱 많은 판타지 콘텐츠에서 다뤄봤음직한 주제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판타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그건 정말 꿈속에서나 벌어질 일이니까. 그런데 만약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나는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존재를 살릴 것인가?


『겨울통』을 읽는 초반 나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기가 막힌 타이밍과 집념의 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성이 만들어내는 변수도 포함되어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결국 서로에게로 향하는 방향성이 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 숨기고 모른 척해도 서로를 서로의 눈앞에 데려다주고 마는 것이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인하와 동아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서로 끝과 끝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심지어 처음 동아가 인하를 대하는 태도는 불편 그 자체였다. 그런데 운명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감정마저 전복시킬 만큼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동아는 인하에게 스며들었고 인하가 삶에 존재하는 것이 당연해져 버린다. 사실상 동아도 마찬가지였다. 인하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나름의 설계를(?) 통해 타이밍을 맞춰 동아와 자신을 연결시켰다. 그런데 두 사람 다 그 순간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들이 끝끝내 후회로 남았지만 그로 인해 더 깊은 사랑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무엇보다 '겨울통'은 서정적인 단어의 형태와 달리 무시무시한 결과를 자아내는 질병으로, 말 그대로 한 존재를 사라지게 만든다. 신체 일부만 잃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남겨진 신체보다 잃어버린 신체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굴레에 갇힌다. 그리고 한 사람이 무언가를 포기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만드는 질병이기 때문에 그 어떤 질병보다 잔인하다. 포기해야만 하는 삶, 그런 삶이 어느 순간 갑자기 주어진다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서늘해 보이기까지 했던 동아는 사실 인하를 만나면서 더 살고 싶었을 것 같다. 죽음을 늘 예감하지만 동시에 살고 싶다고 느끼는 건 얼마나 큰 고통일까. 동아는 인하가 이렇게까지 눈앞에서 순식간에 녹아내려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말이 안 되는 이런 상황을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마주한다.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유한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인가. 무한한 사랑이 있을 수 있는가. 수명을 최대한으로 연장할 수 있어 운명적인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인가.


끝을 알고 사랑을 시작한 동아와 마지막에서부터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인하는 내게 사랑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다. 나를 다시 살려내려는 연인과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 마주한 사랑. 누군가를 어디까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내 사랑을 몰드로 본떠 만들 수 있다면,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의 연인이 몰드를 열고 일어나 숨을 쉬고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이제 그 사랑을 영원히 지킬 수 있을까.


"죽음이 아니야. 물속에 눈도 귀도 숨도 피도 뇌도 있을 거야. 그러니 마음도 감정도 생각도 있겠지. 보고 듣고 생각도 하겠지. 꿈도 꿀지 몰라. 아니, 삶 자체가 꿈같을지도 몰라. 나는 은근히 그게 기대가 된다."


물이 된 나의 연인에게 나는 어떤 말들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나는 여기에 있다고 물이 된 너를 쓰다듬고 끌어안고 숨을 불어넣으며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미쳤구나. 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했다고?"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나는 이렇게까지 사랑해 보겠노라고. 이런 사랑도 있다고. 그러니 너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사랑의 형태가 다양한 것처럼 존재의 형태도 다양하다고.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사랑 속에 존재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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