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900원이에요. 커피 한 잔보다 싸죠. 첫 달은 무료고, 해지는 언제든 가능합니다. 카드만 등록해 주세요."
월급날 저녁.
T는 통장을 스치듯 지나간 월급을 그리워하는 마음 반, 왜 이렇게 남는 돈이 없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 반으로 카드 명세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음악 앱, 영상 앱 두 개, 클라우드, 안 연 지 오래인 운동 앱과 외국어 앱, 뉴스, 지난봄에 무료라고 해서 시작했던 AI 툴. 화장실 서랍에는 비닐도 안 뜯은 면도날 팩 등등이 한 줄로 적혀있었다. T가 바로 알 수 있는 구독은 그중 세 개였다. 나머지는 언제 넣었는지도 가물가물했다. 모두 더하자 월 십삼만 원이 넘었다. 커피 한 잔이 스물일곱 잔이 되어 있었다.
T는 제일 안 여는 앱부터 해지하자 생각했다.
해지 버튼은 첫 화면에 보이지 않았다. 설정으로 들어가서, 계정으로 들어가고, 멤버십과 결제 관리를 지나고 나서야 '해지하시겠어요?'를 볼 수 있었다. 가입할 때는 엄지 한 번이면 끝났던 서비스가, 나가려면 문을 여섯 개 지나야 했다. 마지막 문에 질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왜 떠나시나요.
발이 잠기는 줄도 모르게 슬며시.
물 온도도 너무 차갑지 않고, 너무 뜨겁지 않게 적당히.
한 번에 삼키지도 않고, 아주 천천히.
마치 늪처럼.
이 빌런을 구독의 늪지기라고 하자.
해지 화면의 그 문장은 질문이 아니야. 상담을 여는 거지. 가입할 때는 이유를 안 묻잖아? 오직 필요한 건 너의 카드 번호거든. 하지만 나갈 때면 너의 자백을 받아.
가격이 부담스러우신가요?
기능을 잘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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