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약장수

by돌부처


"월급만 모아서는 평생 못 벗어납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지금 이 영상 그냥 끄시면, 5년 뒤에도 똑같은 자리에 계실 거예요. 제가 직접 30억 만든 방법, 댓글에 링크 걸어둘게요."


온라인 게임 4년 차 J가 그 영상을 만난 건 새벽 한 시였다. 야근하고 돌아와 침대에 누워 습관처럼 유튜브를 켰을 뿐인데, 알고리즘은 J가 가장 약해지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낮 두 시의 J는 그런 영상을 코웃음 치며 넘겼을 거다. 그런데 새벽 한 시의 J는 달랐다. 다들 그렇지 않나.


화면 속 남자는 깔끔한 셔츠를 입고 한강 뷰를 등지고 있었다. 바카라상 위엔 외제차 키가 슬쩍 놓여 있었다. 차는 끝내 안 나왔다. 키만 나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영상에서 차가 화면에 안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키링은 인터넷에서 만 오천 원이면 산다. 한강 뷰도 마찬가지다. 진짜였을 것이다. 다만 그게 그의 집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당 빌려주는 스튜디오가 강남에 널렸으니까.


말투는 다정한데 내용은 서늘했다. "당신은 지금 가난해지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 통장 잔고가 정확히 그 말과 일치하는 사람에게는 예언처럼 들렸다. 일주일 만에 J의 저녁시간은 그 채널에 통째로 헌납되었다. 영상 끝마다 같은 말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기본이고요,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그 '진짜'는 19만 원이었다. J는 결제했다.


강의를 다 들은 날, J는 드디어 대열에 합류한 기분이었다. 추천 종목 두 개와 코인 하나를 샀다. 한 달은 올랐다. J는 신나서 인증샷을 단톡방에 올렸고,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그게 정점이었다.


석 달 뒤, J의 계좌는 처음 넣은 돈의 절반이 됐다. 하필 J가 산 가격이, 그 인플루언서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외친 바로 그 고점이었다. 단톡방에 하소연을 올리자 답이 돌아왔다. "존버하세요. 멘탈 약하니까 돈 못 버는 겁니다." 존버. 존x 버틴다는 뜻이라던데, 그즈음 J의 계좌엔 버틸 것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J가 잃는 동안 그 인플루언서는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벌었다. 강의는 어느새 29만 원으로 올랐고 구독자는 두 배가 됐다. J는 그제야 알았다. 자기가 산 건 종목이 아니라 희망이었고, 그 희망을 판 사람만 돈을 벌었다는 걸.


옛날 장터 약장수는 만병통치약을 팔았다. 약이 진짜 듣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자기 병을 무서워하게 만들기만 하면, 약은 알아서 팔렸으니까. 오늘의 약장수는 약 대신 '부자 되는 법'을, 병 대신 '가난해질 공포'를 판다. 장사 구조는 한 글자도 안 바뀌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끝까지 물고 늘어질 명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돈에 관한 거의 모든 공짜 조언은, 누군가의 유료 상품을 팔기 위한 미끼라는 것. 그 미끼 중에 가장 때깔 좋은 것이 바로 '재테크'다.


약장수의 사업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게 된다.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서 버는 게 아니라, 당신이 가난해질까 봐 무서워하게 만든다.


별 차이 없어 보여도, 이 한 끗이 사업의 난이도를 통째로 바꾼다. 진짜로 누굴 부자로 만드는 건 지독하게 어려우니까. 그게 쉬웠으면 모두 부자이지 않나? 시장은 말을 안 듣고, 보장되는 종목은 없고, 틀리면 바카라임을 져야한다. 반면 누굴 불안하게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다. 통장 잔고 한 번 보여주고, 또래 성공담 하나 얹고, "지금 안 하면 늦어요" 한마디면 끝.


불안은 공장도 안 짓고, 24시간 무한 생산되고, 원가가 0원.

이런 상품을 마다할 장사꾼 있을까?


약장수 콘텐츠를 가만 보면 이상한 데가 있다.

'어떻게 버는가'는 늘 흐릿한데, '안 하면 어떻게 망하는가'는 늘 4K 화질입니다. 수익 약속은 안개 속인데, 공포 묘사는 다큐멘터리. 당연하지. 파는 게 수익이 아니라 불안이니까. 강의와 멤버십은 그 불안을 잠깐 가라앉히는 진통제일 뿐이고 진통제 장사의 핵심은, 병을 낫게 하는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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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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