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매트
얼마 전이었다. 오랜만에 차를 좀 사람답게 만들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는 기분 좋게 세차장으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만큼은 내 차를 사랑하는 차주가 되어보자’라는 결심이었다. 평소 차 안 상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운전석 컵홀더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수증이 꽂혀 있고, 조수석엔 “언젠가 먹어야지” 하며 사둔 음료가 몇 번의 계절을 버틴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그날의 나는 달랐다. 괜히 날씨도 좋았다. 하늘은 파랬고 기분은 들떠 있었다. 차도 왠지 내 결심을 아는 듯 평소보다 얌전하게 달렸다. 목적지는 노터치 세차장. 말 그대로 기스를 내지 않기위해 물로 알아서 세차를 해주는 곳이다. 인간의 차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명을 발전을 이루고 만든 아주 훌륭한 결과물이다.
세차장에 도착한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좋아. 오늘은 새 차 느낌이다.”
기계 속으로 들어가는 내 차를 보며 괜히 뿌듯했다. 거대한 물줄기가 차를 때릴 때마다 묘한 만족감도 느껴졌다. 마치 내가 성공한 사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사실 성공한 건 없지만 차라도 깨끗하면 왠지 인생이 정돈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노터치 세차는 완벽했다.
문제는 인간이었다.
바로 나.
세차를 마치고 남은 현금을 보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승부욕이 생겼다.
“돈 남는데? 이거 쓰고 가야 이득 아닌가?”
그게 화근이었다.
사람은 왜 꼭 쓸데없는 곳에서 경제관념이 발동하는 걸까. 평소엔 커피 한 잔도 고민 없이 사면서, 꼭 이런 순간엔 ‘남은 돈 소진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차량용 매트 세척기였다.
순간 나는 전문가 모드에 돌입했다.
“그래. 차 냄새의 근원은 매트지. 디테일이 중요해.”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디테일이고 뭐고 그냥 욕심이었다.
매트를 꺼내 기계에 넣었다. 세척기가 요란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흙먼지가 빠져나가는 걸 보며 괜히 감탄했다.
“와… 내가 이렇게 관리 잘하는 사람이었나?”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걸 잊었다.
매트는… 젖었다.
아주 푹.
문제는 나는 그 사실을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뭐 좀 마르겠지.’
인간은 참 이상하다. 비 맞은 빨래는 하루 종일 걱정하면서, 차 안에 젖은 매트 넣는 건 별일 아닌 줄 안다.
나는 물 먹은 매트를 다시 차에 깔았다.
그리고 집에 갔다.
비극의 씨앗을 아주 정성스럽게 심은 것이다.
다음 날.
출근하려고 차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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