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로 뽑힌 지원자는 뭐가 달랐을까?

이력서 너머의 무언가?

by수풀림

"이 친구 괜찮은데요? 마음에 들어요."

까다롭기로 소문난 박 팀장님과 함께 면접관으로 참석한 자리. 1시간가량의 면접이 끝나자마자, 그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같이 참석한 이 팀장님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웬일이래, 바로 괜찮다고 하고?"

그도 그럴 것이, 박 팀장님의 인물평은 대체로 짜기 때문이다. 본인 팀원들의 단점을 줄줄이 꿰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서 사람들을 평가할 때도 예외는 없다. 사람 앞에 '괜찮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좀처럼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단박에 마음에 든다고 하니, 모두 놀랄 수밖에.

"저도 합격이요."

그에 질세라 나도 바로 합격 버튼을 눌렀다. 세 명의 면접관 모두 지원자 A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을 확인하고, 자연스레 서로 이유를 물어봤다.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왜 뽑자고 했는지.

사실 이 지원자가 처음부터 유력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력서만 봤을 때는, 면접을 봐야 하나 고민을 할 정도였다. 우리가 원하는 경력과 딱 들어맞지도 않았고, 그 경력마저도 그리 길지 않았다. 스펙이나 경력 측면에서는 훨씬 더 나은 지원자도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면접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만장일치로 그를 뽑았다.

그는 과연 다른 지원자와 무엇이 달랐을까. 면접관 세 명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얘기한 가장 큰 합격 사유는, 바로 '태도'였다.

생각해보면 태도만큼 애매하고 주관적인 단어도 없다. 내가 보기엔 적극적인 사람을 누군가는 나댄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꼼꼼해서 좋다고 말할 때 누군가는 깐깐해서 싫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그날 우리가 비슷하게 느꼈던 면접자의 ‘좋은 태도’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면 거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그의 괜찮은 태도가 하나둘씩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진정성이었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기여했던 업무는 자세하게 서술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솔직하게 잘 모른다고 말했다. 면접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해온 일을 진심을 담아 설명하는 것이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적극성을 자연스레 보여줬다. 까다로운 가상의 고객 이슈를 주고 어떻게 해결할거냐 물어보니, 바로 답하지 않고 몇 가지를 되물었다. 고객이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불편을 느끼는지, 지금까지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가장 먼저 확인 후,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부서나 사내 문서, 외부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경력직 신입에게 가장 중요한, '알아서 일하는 태도'의 답을 들은 느낌이었다.


면접관들의 질문은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었으나, 지원자의 답변은 달랐다.

협업에 대한 그의 경험담, 실패에서 배운 점, 성공했을 때 무엇을 다르게 했는가에 대한 답을 들으니, 그 사람이 오롯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의 경험이 태도로 흘러나와 한 사람을 형성한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경험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같은 일을 했더라도 사람마다 그 경험을 대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어려운 일을 만나면 피하고, 누군가는 도움을 구하고, 누군가는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결국 무엇을 경험했는가만큼, 그 경험을 어떻게 통과해왔는지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면접을 앞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틀에 박힌 답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먼저일 테니까.

결국 면접에서 드러나는 것은 준비한 말보다 살아온 시간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진정성도, 적극성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어떻게 내가 곱씹고 나의 것으로 만들었는지가 쌓여 진정 나를 만든다.

결과는 화려하게 포장할 수 있어도, 그 결과를 만들어온 과정까지 빌릴 수는 없다. 사람을 보여주는 것은 그가 해낸 성과가 아니라, 그 일을 해온 그만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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