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형상점가 지정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가?

골목형상점가 지정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가?


오는 27일 포항에서 열리는 ‘2026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시민 공감 포럼’에서 강연한다. 주제는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이다. 포항시는 최근 7곳을 추가해 모두 12곳의 골목형상점가를 지정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골목형상점가 지정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존 상인의 성장과 새로운 브랜드의 진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골목상권을 지속가능한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발전시키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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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골목형상점가 제도를 둘러싼 최대 현안은 지정 기준 강화 문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골목형상점가의 점포 밀집 기준을 차등 적용하려 한다. 재정자립도 상위 25% 지자체에서는 기존 15개 이상이던 점포 수 기준을 30개 이상으로, 중위 50% 지자체에서는 20개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이다. 온누리상품권 혜택도 차등화한다. 현재 7%인 디지털 상품권 할인 혜택을 전통시장은 10%, 지방 골목상권은 8%로 높이는 반면 수도권 골목상권은 5%로 낮추려 한다. 골목형상점가의 지정 문턱을 높이는 동시에 일부 상권의 혜택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정바카라 변화의 배경에는 상품권 예산의 재편이 있다.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2027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액을 올해 5조 5,000억 원에서 4조 6,000억 원으로, 관련 예산을 4,580억 원에서 3,829억 원으로 줄이는 예산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3월 지정 기준 완화 이후 새로 지정된 골목형상점가 1,824곳 가운데 70%가 점포 수 30개 미만이었다. 정부는 기존에 적법하게 지정된 골목형상점가에는 강화된 기준을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개편은 신규 골목형상점가의 진입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부 현장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 혜택까지 차등화하면 골목형상점가가 매출을 늘리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축소는 오프라인 상권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경쟁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온라인 유통이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플랫폼의 성장으로 소비의 상당 부분이 거리의 상점에서 디지털 유통망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과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6년 예산에는 온라인 판로지원 787억 원,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349억 원, 소공인 스마트제조 지원 980억 원, 혁신 소상공인 AI 활용지원 144억 원 등 관련 사업에 총 2,260억 원이 편성됐다.


온라인 유통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한다면,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오프라인 상권의 유지와 발전에도 그에 상응하는 정바카라적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오프라인 상점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다.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이웃을 만나고, 동네의 생활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상점이 사라지면 매출과 일자리뿐 아니라 거리의 활력과 동네의 매력도 약해진다. 오프라인 상권의 쇠퇴는 개별 소상공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 기반이 약화되는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온누리상품권의 역할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특정 상인 집단에 제공하는 특혜가 아니라 오프라인 상권으로 소비를 유도하는 정바카라 수단이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골목형상점가로 사용처를 확대하는 것은 변화한 유통환경에 대응하는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더욱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서로 배타적인 경제공간이 아니다. 실제 도시에서는 전통시장과 주변 골목상권이 하나의 보행 생활권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두 상권을 경쟁시키기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재정 여건을 고려해 매년 신규 지정하는 골목형상점가의 수를 제한하더라도, 이미 지정된 상권에 대한 온누리상품권 할인 혜택은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이 실제 매출과 방문객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고, 상권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로컬 브랜딩과 타운 매니지먼트 역량도 지원해야 한다. 지정 속도는 재정 여건에 따라 조정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바카라 목표까지 후퇴해서는 안 된다.


포항의 시민 공감 포럼이 내건 ‘검색되는 골목, 머무는 상권’이라는 목표는 전국의 골목상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골목상권 정바카라의 목표는 상품권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거리를 걷고, 상점을 방문하고, 지역에서 소비할 이유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지정의 문턱을 높이기보다 지정 이후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정바카라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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