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은 언제부터 콘텐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을까
최근 상권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눈에 띈다. 골목상권을 소개할 때 공연과 전시, 로컬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디자인과 스토리를 함께 이야기하는 기사가 늘고 있다. 특히 문화면과 관광면에서는 상권을 콘텐츠와 경험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바카라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 브랜드와 콘텐츠를 중심으로 상권 정바카라을 재설계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권은 유동인구와 매출, 공실률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설명되었는데, 이제는 콘텐츠가 상권 경쟁력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어의 등장이 아니다. 상권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유통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상품만 소비하지 않는다. 그 공간에서만 가능한 경험과 이야기를 소비하기 위해 동네를 찾는다.
콘텐츠 담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한국의 콘텐츠 상권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그 출발점은 2001년 홍대 클럽데이와 2002년 홍대 놀이터다. 당시 홍대를 설명하는 언어는 문화와 예술, 인디와 클럽, 창작자와 문화생산이었다. 사람들은 상권보다 문화를 먼저 이야기했고, 문화가 장소를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 흐름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작한 '문전성시' 사업과 2009년 창간한 『스트리트 H』로 이어졌다. 문전성시는 전통시장을 문화와 공동체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한 최초의 국가 정바카라이었고, 『스트리트 H』는 홍대의 사람과 공간, 문화를 꾸준히 기록하며 로컬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문화를 통해 상권을 이해하려는 정바카라과 기록이 함께 시작된 것이다.
2014년 제주의 로컬 카지노 게임 『인(iiin)』은 지역의 크리에이터와 생활문화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2015년 어반플레이는 연희걷다 프로젝트를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공간과 동네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같은 시기 일간지에 발표된 「골목길이 창조경제다」는 골목을 창조경제의 플랫폼으로 해석하며 이러한 변화를 하나의 경제 담론으로 정리했다.
2017년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골목길 자본론』은 골목상권 현상을 개념과 사례를 통해 정리했고, 같은 시기 어반플레이의 『아는 동네』는 브랜드, 콘텐츠, 스토리, 창작자라는 새로운 언어로 동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콘텐츠 기반 상권의 경쟁력을 이론화했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 시대의 언어를 체계화하고 확산시켰다.
콘텐츠가 정바카라의 언어가 되다
정바카라의 전환은 2022년부터 시작됐다. 서울시는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을 시작하며 상권을 지역의 콘텐츠와 브랜드를 키우는 공간으로 정의했다. 상권 활성화의 중심이 시설 개선에서 로컬브랜드 육성으로 이동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2023년 강한 소상공인 사업부터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창의성과 지역성을 갖춘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새로운 정바카라 방향이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브랜드 창출, 글로컬 상권 시범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의 브랜드와 콘텐츠를 상권 정바카라의 중심에 놓았다. 상권은 이제 점포의 집합이 아니라 브랜드와 콘텐츠가 축적되는 생태계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2026년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강한 소상공인, 로컬브랜드 창출, 글로컬상권 육성 등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시범사업을 지역상권 육성사업으로 통합하기 시작했다. 콘텐츠와 브랜드를 육성하는 수준을 넘어, 콘텐츠 기반 상권을 하나의 정바카라 체계로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츠는 더 이상 개별 사업의 주제가 아니라 지역상권 정바카라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성수동 논쟁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성수동의 경쟁력이 대규모 개발에 있는지, 아니면 로컬 브랜드와 창작자, 골목과 건축환경에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콘텐츠 상권이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담론이 아니라 도시정바카라의 핵심 의제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콘텐츠는 무엇인가
콘텐츠는 공연이나 축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경험과 이야기 전체가 콘텐츠다. 전시와 공연은 물론이고 디자인, 공예, 독립서점, 스페셜티 커피, 베이커리, 편집숍, 로컬 브랜드까지 모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오프라인 공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카페는 서점을 품고, 베이커리는 전시를 열며, 공방은 클래스를 운영한다. 하나의 공간이 여러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면서 공간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있다.
결국 콘텐츠는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브랜드와 공간, 창작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하나의 생태계 속에서 완성된다.
콘텐츠 상권의 병목은 건축환경이다
콘텐츠는 아무 곳에서나 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우연히 발견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작은 필지와 저층 건물, 다양한 입면과 보행 중심 골목이 콘텐츠 상권의 토양이 된다.
반대로 대형 쇼핑몰이나 자동차 중심의 대로변에서는 콘텐츠가 축적되기 어렵다. 공간이 획일화될수록 경험도 획일화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상권의 병목은 콘텐츠가 아니라 건축환경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상권 정바카라은 콘텐츠 지원과 함께 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는 건축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언론도 콘텐츠로 상권을 읽어야 한다
정바카라은 이미 콘텐츠의 시대로 들어섰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 브랜드와 콘텐츠, 창작자와 공간을 중심으로 상권 정바카라을 재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언어는 아직 그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화면과 관광면에서는 로컬 브랜드와 복합문화공간, 전시와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새로운 동네를 소개하는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산업면과 경제면의 상권 보도는 여전히 유동인구와 매출, 공실률, 프랜차이즈 중심의 유통 언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제 상권은 유통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 브랜드가 만드는 경험, 공간이 축적하는 이야기까지 함께 읽어야 비로소 상권의 경쟁력을 이해할 수 있다.
상권 담론이 바뀌면 언론의 언어도 바뀌어야 한다. 콘텐츠는 더 이상 문화면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콘텐츠는 산업을 설명하는 언어이자, 도시를 설명하는 언어이며, 상권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