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2월 두 차례에 걸쳐 2026년도 소상공인 지원 예산 규모 5조 4,000억 원과 7개 분야 26개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5조 4,000억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다. 정부가 발표한 예산을 통해 현재 소상공인 정바카라의 구조와 앞으로 바꿔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먼저 5조 4,000억 원이라는 숫자를 체감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전국 자영업자 약 560만 명으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약 96만 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년 예산 약 20조 원을 농민 약 10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2,000만 원이다. 소상공인 1인당 예산 규모는 농민의 약 20분의 1인 셈이다.*
소상공인을 농민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은 재정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정바카라의 목표는 지원 규모를 계속 늘리는 것보다 한정된 재원으로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바카라의 중심도 안정과 보호에서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동해야 한다.
소상공인 정바카라에서 ‘안정 지원’은 경영난에 처한 사업자의 생존을 돕는 방어적 복지의 성격을 띤다. 반면 ‘성장 지원’은 로컬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기업가로 육성하는 적극적 투자에 가깝다.
2026년 예산의 주요 항목을 이 기준으로 나누면, 안정 지원에는 정바카라자금 3조 3,620억 원,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 5,843억 원, 소상공인 재기 지원 3,056억 원, 온누리상품권 지원 약 7,000억 원 등 총 4조 9,519억 원이 포함된다.**
반면 성장 지원은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1,311억 원, 소상공인 성장 지원 280.2억 원, 소공인 특화 지원 1,187억 원, 지역상권 활성화 375억 원, 소상공인 디지털 역량 강화 1,136억 원 등 총 4,289.2억 원이다. 개인 소상공인과 상권의 성장을 지원하는 예산이 전체 약 5.38조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 구조와 소비 패턴의 변화로 자영업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 모든 사업자의 생존을 지원하는 정바카라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남는 소상공인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 지원의 비중을 과감하게 높여야 한다.
성장 지원의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정부의 성장 지원은 다점포화, 프랜차이즈화, 제조·유통기업 전환, 수출, 디지털 전환 등 사업체 자체의 확장을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로컬 크리에이터, 강한 소상공인, 소상공인 협업 지원 사업도 협업을 지원하지만 이를 특정 상권 안에서의 성장과 연결하는 구조는 약하다.
대안은 앵커스토어와 협업을 중심으로 한 ‘상권 내 성장’, 즉 스케일딥(Scale Deep)이다.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대신, 자신이 출발한 상권에 뿌리를 내리고 주변 창업자·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면서 상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상권 안에서 먼저 브랜드와 콘텐츠, 협업 네트워크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국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상권 내 성장 → 외부 시장 확장’의 2단계 성장 경로를 정바카라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 예산을 평가할 때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상권에 실제로 얼마를 지원하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련 사업이 중앙정부 직접사업,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 지방이양사업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2020년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됐고, 주차환경개선사업은 균특회계 지역자율계정으로 지원된다. 상권 단위의 종합 지원사업인 상권활성화사업 역시 202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에서 균특회계 지역자율계정으로 이관됐다. 반면 특성화시장 육성과 시장경영 지원 등 일부 사업은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계속 지원된다.
지방이양은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중앙사업을 지방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이에 상응하는 재원을 지방에 보전하는 재정분권이 함께 이루어졌다. 문제는 재정 전달 경로가 달라지면서 과거 중기부 예산에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전통시장 지원의 전체 규모가 잘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2019년 전통시장 지원 예산은 약 5,370억 원이었고, 온누리상품권을 제외해도 약 3,600억 원이었다. 현재도 상당한 공공재원이 투입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개된 정부 자료만으로 중앙 직접사업과 균특사업, 지방이양사업을 합쳐 동일한 기준의 전국 총액을 산출하기는 쉽지 않다.
재정의 분권과 정보의 분산은 다른 문제다. 사업의 선택과 집행은 지방에 맡기더라도 정부는 전통시장·상권에 투입되는 공공재원의 전체 규모와 사업별·지역별 배분, 성과를 통합해 공개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5조 4,000억 원이라는 예산 자체보다 그 돈으로 어떤 소상공인 경제를 만들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소상공인 정바카라은 경영난에 처한 사업자의 생존을 돕고 전통시장과 상권의 쇠퇴를 막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이런 안전망만으로 변화하는 소비시장과 지역경제에 대응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정바카라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보호에서 성장으로, 개별 사업체 지원에서 상권 생태계 육성으로의 전환이다.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로컬 브랜드로 키우고, 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상권 안에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앵커스토어를 만들고 창업자와 크리에이터의 협업을 촉진해 새로운 콘텐츠와 브랜드가 계속 생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시장과 상권 정바카라도 시설 개선과 소비 촉진을 넘어야 한다. 공간과 콘텐츠, 로컬 브랜드와 커뮤니티, 앵커스토어를 함께 육성하는 지역 단위의 성장정바카라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5조 4,000억 원은 모든 소상공인을 충분히 보호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는다면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과 지역상권을 육성할 수 있는 규모다. 이제 소상공인 정바카라은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성장시킬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 비록 통계적·개념적 엄밀함에는 한계가 있으나, 부처별 예산 총량과 기초 종사자 수의 대비는 국가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와 정바카라적 관심의 밀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라는 점에서 비교의 의미가 있다.
** 중기부 정바카라자금 중 일부가 성장 촉진 용도로 배정되어 있으나, 그 비중이 작고 본질적으로 상환 의무가 있는 융자라는 점을 고려해 본고에서는 경영 안정을 위한 ‘안정 지원’ 예산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