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도시의 위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경제를 위한 도시는 없다.
처음 들으면 이상하게 들린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를 위해 도시를 만들어오지 않았나? 산업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와 같은 신도시를 만들고, 기존 도시도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그동안 도시정바카라은 경제를 위해 추진한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를 연구하면서 오히려 반대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경제를 위해 도시를 만들었지만, 정작 사람들이 창업하고 일하고 창작하고 싶어 하는 도시를 얼마나 만들었을까. 그리고 과연 경제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도시가 우리가 이를 위해 만든 도시인가?
실제로 사람들이 창업하고 창작하고, 새로운 문화와 산업이 탄생한 장소들은 대개 다른 곳이었다. 홍대, 성수동, 이태원, 테헤란로와 같은 곳들이다. 이들 공간은 처음부터 창조도시나 혁신지구로 설계된 곳이 아니었다. 오래된 주거지, 쇠퇴한 상권, 낙후된 원도심, 중심상업지구 외곽의 오피스 단지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이런 장소를 만든 것이 아니라 발견했다. 그리고 뒤늦게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했다. '경제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바로 이 역설을 말한다.
'경제를 위한 도시는 없다'라는 말이 처음 들었을 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경제와 도시를 오랫동안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해 왔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로 경제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분배·소비하는 활동이다. 기업이 투자하고 노동자가 일하고 자본이 이동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 경제학은 이러한 경제 활동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데 강하지만, 왜 어떤 장소에서 새로운 경제가 탄생하는지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 왔다.
도시는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정주 공간이다. 도시학은 도시의 규모와 밀도가 집적효과와 외부효과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왜 어떤 거리와 동네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어떤 곳은 그렇지 못한지, 왜 어떤 장소는 창의성과 혁신의 중심지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설명력이 약하다.
결국 경제학과 도시학 모두 사람들의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를 설명하는 데는 강하지만, 그 활동을 유발하는 개인의 선호와 선택에 대해서는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좋은 도시는 이미 존재하는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도시다. 도시의 역할은 기업이 생산하고 투자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토지와 인프라를 공급하는 것이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교통망을 확충하고, 업무 공간을 공급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도시정바카라의 핵심 과제가 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형성된 데에는 산업슬롯의 경험이 있다. 산업슬롯에서 사람과 기업의 선택은 공장, 물류, 교통과 같은 산업 논리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 사람들은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기업은 생산과 유통에 유리한 곳을 선택했다.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개인보다 산업에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문화산업, 지식산업, 디지털 경제가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일자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창작하고 싶은 장소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기업 역시 더 이상 공장 입지만을 고려하지 않고 인재가 모이는 장소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제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표현은 상식에 반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경제를 산업과 기업이 주도하는 활동으로 이해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기업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새로운 산업은 어떻게 등장하는가. 창의성과 혁신은 무엇이 만드는가.
이 시리즈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기업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새로운 산업은 어떻게 등장하는가. 창의성과 혁신은 무엇이 만드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전에 도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경제와 도시를 한자로 풀어보면 내가 강조하는 관점과 닮은 의미가 드러난다.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나온 말이다.
經: 다스리다
世: 세상
濟: 구제하다
民: 백성
경제라는 말은 원래 오늘날의 생산과 소비 개념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국가와 슬롯,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운영한다는 뜻에 가까웠다. 이는 오늘날 경제를 생산과 성장의 문제로 이해하는 관점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도시(都市) 역시 마찬가지다.
都: 사람들이 모이는 중심지
市: 교환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
도시라는 단어 자체에는 집적과 교류의 의미가 담겨 있다. 도시는 단순한 건물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고 거래하는 장소로 이해되었다.
내가 이해하는 경제는 기업의 생산 활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하고, 창업하고, 거래하고, 협력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경제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표현은 상식에 반한다. 우리는 경제를 생산과 성장의 결과로 이해해 왔지, 사람들이 어떤 장소를 선택하고 그곳에 모여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를 맺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슬롯적 질서 전체가 경제다.
도시 역시 단순한 인구 집적지가 아니다. 사람들의 선택이 모이는 장소다.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은지, 어디에서 장사하고 싶은지, 누구와 교류하고 싶은지에 대한 수많은 선택이 축적되면서 도시가 형성된다.
경제는 이러한 선택의 결과로 도시 안에서 형성되고, 도시는 다시 사람들의 선택을 끌어들이며 성장한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경제와 도시는 원래 분리된 개념이 아니었다.
이 시리즈는 도시를 경제의 지원 수단으로 보는 익숙한 관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묻는다. 왜 어떤 동네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어떤 곳은 그렇지 못한가. 왜 어떤 장소는 새로운 기업과 산업을 만들어내고, 어떤 곳은 막대한 투자에도 활력을 얻지 못하는가.
'경제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어떤 도시가 경제를 만드는가를 묻는 탐구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