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누구를 위한 호황인가

외국인 관광객, 누구를 위한 호황인가


외국인 관광객이 상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된다. 내수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출이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백화점까지 외국인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내수 침체와 온라인 경쟁의 이중압박 속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상권에 새로운 수요처가 등장한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누구인지, 어디에 모이는지, 무엇을 소비하는지 묻지 않는 것은 문제다.


외국인 관광객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국적별, 세대별, 소비 유형별로 천차만별이다. 동아시아의 20대 단기 방문객과 유럽·북미의 40대 장기 체류형 여행자는 같은 거리를 걸어도 전혀 다른 경험을 소비하고, 전혀 다른 규모의 지출을 남긴다. 어떤 방문객은 상권의 로컬 생태계와 공명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소비하고, 어떤 방문객은 특정 업종만을 집중 소비하다 떠난다. 도시의 장기적 경쟁력을 위해서는 어떤 어메니티로 어떤 외국인을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외국인을 위한 어메니티와 도시 주민을 위한 어메니티가 충돌하지 않는다.


싸드 위기 이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한국 관광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모두 기억한다. 그 교훈이 가장 뚜렷하게 남은 곳은 제주도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위한 인프라—지역과 격리된 면세점, 전세버스 중심의 동선, 호텔과 쇼핑 시설의 일괄 패키지—는 제주 경제 전체에 고루 스며들지 못했다. 지역 상권과 단절된 관광 소비는 지역의 장기적 경쟁력을 오히려 잠식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제주가 얻은 교훈이었다.


이대앞 상권은 같은 실수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2010년대 초 중국인 단체관광객 특수에 대응해 이대앞 거리는 대기업 화장품 로드숍으로 채워졌다. 2017년 싸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상권은 무너졌고, 신촌·이대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서울 평균의 3배를 넘는 18%대를 기록하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 유형의 소비자와 한 업종에 과대 투자한 상권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되는지, 이대앞은 그 답을 지금도 보여주고 있다.


이대앞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명동도 같은 실수를 한 차례 겪었다. 2010년대 초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화장품 로드숍으로 거리를 채웠고, 2017년 싸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자 상권은 급격히 무너졌다. 팬데믹이 겹치면서 공실률은 한때 50%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대와 달리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자 다시 살아났다. 현재 명동 주요 패션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50%에 달하고, 일부 매장의 경우 80~90%를 넘기도 한다. 과거의 교훈을 잊은 채 외국인 의존 구조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한강에 몰리는 외국인을 관광 성과로 보도한다. 그러나 한강공원은 상권과 연결되지 않는다. 한강공원은 원래 홍수 때 강의 범람을 막는 고수부지로 설계된 공간으로, 장마철마다 침수되는 것이 구조적 숙명이다. 외국인이 한강에 모인다고 해서 장마철이면 물에 잠기는 고수부지에 대규모 관광 인프라를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물어야 한다.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불편하지만, 도시 경쟁력에 기여하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관광 정바카라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이미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노구치 다카히로의 『왜 어떤 지역에는 럭셔리 여행자가 찾아오는가』는 일본 관광이 지난 10여 년간 동아시아 대중관광객 중심의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고부가가치 전환에는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유럽·북미의 장기 체류형 여행자는 가격 대비 효용보다 한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 도시가 가진 정체성과 분위기, 자연과 건축이 만드는 풍경의 깊이, 지역 고유의 로컬 콘텐츠와 미식·공예·예술이 결합하는 세계관의 일관성을 중시한다. 이러한 감수성은 마케팅 캠페인이나 시설 확충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도시 자체의 구조적 질—건축환경, 로컬 브랜드 생태계, 앵커스토어가 형성하는 동선—과 연결된 영역이다.


한국에도 질문의 전환이 필요하다. 외국인 방문객 숫자의 증가를 관광 성공으로 간주하거나, 특정 상권이 붐비는 현상을 정바카라 성과로 해석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이 유치하려는 여행자는 누구인지, 그들이 한국에서 보내야 할 시간은 어떤 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어떤 동네와 건축환경과 로컬 콘텐츠가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관광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도시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 그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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