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

by진혁

누가 깨운 것도 아닌데,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머릿속에 똥의 잔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똥 꿈을 꾼 것이다.

똥 꿈은 길몽이라고 했는데,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

입이 간지러 아내에게 꿈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참았다.

좋은 꿈은 남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고 들 한다.

김샌다고 했던가.


로또 하는 사람들은 판매점 선별기준이 있다.

아내의 경우는 가게 앞에 1등 당첨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곳에서 로또를 구입할 때면, 부적을 지닌 듯 뿌듯한 표정을 보인다.

아내가 가장 선호하는 판매점은 아무래도 로또명당이라는 곳이다.

웨이팅이 있다면 더욱 선호도가 높아지는데, 그런 곳에서 로또를 구입했을 때는, 행복한 표정으로 한 주를 보내기도 한다.


그래 이건 로또 각이지. 나는 똥 꿈을 꾼 김에 로또를 사 보기로 했다.

내 로또 판매점 취향은 1등 당첨이라는 허울이나 마케팅보다는 로또를 건네는 주인 인상에 있다.

인상이 좋고, 친절한 미소까지 보여준다면 그거야 말로 진정한 로또 판매점이며, 날 설레게 하는 명당이라고 말하고 싶다.


명당 사장님께 로또를 받아 든 나는, 고이 접어 지갑에 모셔두고 가게문을 나섰다.

바람이 한결 시원하고, 기대에 부푼 마음엔 설렘이 피어올라,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이러다 진짜 당첨되면 어쩌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망상에 망상이 꼬리를 물었다.


그날이 되었다.

은근히 마음이 쪼그라든다.


똥 꿈 로또는 번호 세 개가 맞았다. 이런... 5등 5000원 당첨.

그럴 줄 알았다.

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왠지 아쉽다.

솔직히,

5등도 쉬운 건 아니지. 감사하지 못한 내 마음을 꾸짖어 본다.

나는 아내에게 똥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똥 꿈? 똥을 뒤집어썼어?"

"아니, 똬리 튼 똥을 봤어."

"어이구, 똥을 뒤집어썼어야지!"

"......"


그리고,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다.

출근하는 길에 장의차를 목격하게 되었다.

장의차는 흔히 보는 게 아니라서, 장의차를 본 날엔 평소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긴다고 들 한다. 뭐 좋자고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똥 꿈으로 당첨된 5등 로또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로또를 바꾼 나는 새로운 기대감으로 한 주를 보냈다.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로또 추첨이 늦어지고 있었다.

초조할 필요가 없는데, 나는 이미 1등 당첨자가 되기라도 한 사람처럼 굴었던 것 같다.

드디어, 추첨이 시작되었다.


"공이 나오는 순서와 상관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입니다. 추첨 시작하겠습니다."

"황금손은 버튼을 눌러주세요!"


추첨기가 돌기 시작했다.


"45"

"있어."

"33"

"그래! 있어. 있어."

"8"

"있... 어!!!"


내 목소리는 가을 하늘처럼 한 없이 높고, 가벼워져 있었다. 옆에서 듣고 만 있던 아내도 엉덩이를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18"

"악!!! 있어."


우리의 로또는 당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폭주 기관차 같았다.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흥분은 고삐가 풀려 미쳐 날뛰고 있었다.

과연, 똥 꿈이 알을 깔 수 있을까!


그러지 못했다.

남은 2개의 숫자는 아쉽게도 빗나가 버렸고, 우리의 로또는 4등이 당첨되었다. 50,000원.


오늘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그럼, 로또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