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했으면 빨리 집에 들어오지 무슨 톡이야 라며, 아내는 남편에게서 온 톡을 열었다. 남편의 톡에는 문자대신 이모티콘이 있었는데, 아내는 피식 웃음부터 났다.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나? 평소 답지 않네..."
미리 말해주지 않아 화는 좀 났지만, 엉뚱해 보이는 남편의 대화법에 아내는 살짝 마음이 누그러졌고,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는 당부를 남편에게 남겼다.
이모티콘은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처럼, SNS대화에서 빠져서는 안 될 맛깔스러운 문자이며,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완시켜 주는, 그래서 대화의 즐거움을 풍성하게 해 준다. 그러므로, 말하기 좋아하는 인간에겐 더없이 좋은 소통 수단이며, 자신의 감정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감정 언어의 정서적 확장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1,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레앙 카람푸앙 동굴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벽화의 중앙에는 붉은색 멧돼지가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주변으로 세 사람이 멧돼지를 사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하는데, 인간은 문자가 생겨나기 오래전부터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공동체의 가치를 기록해 왔고, 그것을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약 4000년 전에 사용했다고 하는 이집트의 상형문자 또한, 사물의 물리적인 모습을 본떠 만든 것으로 문자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까운 형태이고 보면, 인간에게 그림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소통의 기본 수단임을 짐작케 한다.
아동 심리치료에 그림을 활용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감정표현에 서툰 아동들에게 그림은 효과적인 감정 표현의 수단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마음의 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전, 아내가 선물한 태블릿으로 이모티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강아지 캐릭터가 좋을 것 같아서, 시댕이라는 이름의 강아지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고, 제작 가이드에 따라 샘플을 만들어 카지노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제안하게 되었다. 너튜브에 올라온 이모티콘 관련 영상들을 보면, 한 번만에 승인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인기 작가가 되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공허하게만 들려왔는데...
제안 건수가 많고, 상품성이 뛰어난 캐릭터를 우선 승인하다 보니 거절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12번이나 미승인을 받다니, 정말 너무 한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가 됐지만, 마음에 굳은살이 생긴 걸까? 고생을 사서 한 내가 안쓰럽고, 작업한 캐릭터가 진짜 펫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나는 여전히 이모티콘 작업을 일상처럼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슬픈 일일 것이나,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단단한 껍질 속에 감춰진 진주처럼, 언젠가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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