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는 6월 10일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범정부 협의체(TF)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특별법 제정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발표된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이후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핵추진잠수함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 해군이 필요성을 제기해 온 전략자산이다. 기존 디젤잠수함은 일정 기간마다 부상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지만,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은밀성, 지속성, 작전반경 측면에서 기존 잠수함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핵추진잠수함 특별법 제정 방향과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 구축,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력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핵잠수함은 단순히 군사 장비를 건조하는 사업이 아니라 원자력 기술, 외교, 산업, 재정, 안전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국가 전략사업이라는 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연구개발과 건조, 운용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군용 원자로에 대한 독자적인 안전규제 체계를 정립하고 국제슬롯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핵연료 확보 문제다. 핵무기가 아닌 추진용 원자로라고 하더라도 고농축 우라늄 또는 저농축 우라늄 사용 문제는 국제 비확산 체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협력과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의가 사업 성공의 중요한 변수로 평가된다.
군사적 관점에서 핵추진잠수함은 대한민국 해양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한 감시와 추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동해와 남해를 넘어 원해 작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주변국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고 유사시 전략적 억제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8천 톤급 핵추진잠수함 3척 규모의 건조를 검토하고 있으며, 2030년대 중반 첫 번째 함정 진수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핵연료 확보, 원자로 안전성 검증, 막대한 사업비 조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범정부 TF 회의를 통해 확인된 것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핵추진잠수함을 단순한 구상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실제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국가안보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해양에서의 전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잠수함 전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래 안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적 투자이자 국가 역량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특별법 제정과 국제협력, 기술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대한민국 해군은 한 단계 도약한 원해작전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해양안보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