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읽는 맛?

byPeter Kim

유퀴즈에 민음사 직원 두 분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종일관 유쾌하다. 바카라 이야기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로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꽃은 때로는 코끝을 시리게 하고, 때로는 킥킥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10년쯤 전 온라인카지노가 처음 나왔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한 글의 테마는 <세상을 느리게 변화시키는 바카라읽기>였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결국 바카라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붙인 제목이었다. 그 시절에는 바카라을 읽고 소개하는 일이 참 즐거웠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바카라을 샀다는 댓글 하나에도 괜히 마음이 들뜨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카라을 소개했다기보다, 내가 좋았던 경험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잊고 지냈던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요즘의 나는 그런 것들을 다시 꺼내어 보고 있다. 예전처럼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부작사부작. 천천히.


유퀴즈에서 "문학 읽는 맛"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 문득 고등학교 여름방학이 떠올랐다. 그때는 뭣도 모르고 고전문학만 50권 넘게 읽었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바카라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만큼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지금의 나는 단맛도 보고 쓴맛도 본 나이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전혀 다른 장면이 보일 것이고, 같은 인물을 만나도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의 내가 느꼈던 문학의 맛과 지금의 내가 느끼게 될 문학의 맛은 얼마나 다를까.


예전에 리디페이퍼를 사면서 이벤트로 세계문학선 90권을 10년 대여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는데, 오늘 확인해 보니 어느새 대여 기간이 1년 217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참 이상하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날이 어느새 눈앞에 와 있다.

이제는 미뤄두었던 세계문학선부터 한 권씩 다시 펼쳐봐야 할 것 같다. 바카라을 읽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안에서 지금의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문학 읽는 맛은 과연 어떨까.

그리고 그 맛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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