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탄 괴담 - 장례식

by쿼카의 하루

나는 심심한 마음에 스팀에서 공포 게임을 샀다. 제목은 '장례식'이다. 성의 없이 지은 이름의 게임치고 그래픽이 현실적이었다. 어떤 게임인지 설명을 모르고 샀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다. 플레이하다가 보니 일본어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숙한 장례식장의 풍경이 펼쳐지는 1인칭 게임이었다. 한국하고는 사뭇 달랐다. 시대적으로도 수십 년 전의 오래된 배경인 것 같았다.


게임 속에서 나는 여성이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검정색 치마가 있는 상복을 입는다. 입는데만 무려 10분 정도가 걸렸다. 장례식은 꽤 넓고 사람들은 많았다. 모두 무채색의 얼굴을 하고, 조용히 밥을 먹는다. 특이하게도 밥은 뷔페식으로 단출하게 차려져 있었다. 뷔페식이라고? 나는 플레이하며 헛웃음이 나왔다. 대체 어떤 사람의 장례식인데 이런 식으로 조문객들을 대접하는 거야? 장례식이 장난도 아니고, 이래서는 안되지. 한국사람이라 육개장이 먹고 싶다고!


나는 갑자기 무슨 감정의 발로였는지 모르겠다. 짓궂음인지, 애국심인지, 불만인지, 답답함인지. 그런 불쑥 튀어나온 분노같은 감정으로 뷔페 음식들을 손으로 집어 힘껏 던졌다. 순대같이 검고 작은 음식도 한 웅큼 집어 던지고, 우동 면을 풀어헤쳐서 여기저기 뿌리고 초밥이 올라간 접시를 던져 깨트리고...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을 다 떨어뜨린 뒤에 식탁을 아예 뒤집어 놓았다.

게임 속의 나는 씩씩 거리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게임 속 다른 인물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그저 배경처럼 있었다. 나는 오래 서 있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나갔다. 약간 께름직했지만 나름의 해방감은 좋았다. 그 방을 나가서 오래 있어도 어떤 반응도 없었다. 나는 게임을 껐다. 짧은 플레이였지만 만족스럽다 생각하게 됐다. 나는 뒤늦게 인터넷에 올라온 게임 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봤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게임 '장례식'의 시놉시스를 읽었다.

"1920년 내 아버지의 장례식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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