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잎이 원래 이리 무성했었나.

2026년 08월 13일의 단상들

by편린

1. 한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잎이 원래 이리 무성했었나. 소리 없이 자라나는 풀잎들을 못내 등진 채 밀려드는 슬픔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데에 올여름을 다 쓴 것 같다. 그리 부서지고, 돋아나고, 다시 부서지는 동안에 기록하는 일을 그만둔 지가 어느덧 석 달이 다 되어가나. 읽고 싶은 것들을 늘어지게 세워두고, 조금의 관심도 주지 못하는 일상 안에서 난 또 얼마나 많은 겹의 껍데기를 벗어냈나.


2. 우연히 나를 세상에 들여다 놓은 사람의 임종 앞에서 올 한 해 눈물의 총량을 다 써버렸다. 뜻을 모아 각자의 열과 성을 다해 그간 쟁여두었던 사랑을 한 사람에게 모조리 몰아 써버렸으니, 우리의 여름은 단연 뜨거웠나. 그 안에서 우리는 또 어떤 마음을 얻어냈을까.


3. 주고받는 사랑에 익숙하다. 외사랑은 대체 어떤 맛이지. 아플 줄 알면서 멀찍이서 바라보는 비효율적인 일을 대체 왜 하는 거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무언가에게, 누군가에게 외지게 애정을 쏟는 일이 자꾸만 늘어난다. 으슥하고, 후미지고, 구석지고, 외따로운 일. 늘어진 그림자 속에서 헤엄치는 일. 말도 섞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온몸을 다 태워버릴 듯한 정성으로 응원의 손길을 건네는 일. 어쩌면 가장 맹목적인 순간들. 사랑 이야기를 한 번 써볼까. 내 안에 사랑이 너무나도 많아서 며칠 밤을 새워 조잘거리기에도 턱없이 부족할 텐데.


4. 하늘에서 팝콘 냄새가 났다. 7월 27일 오후 2시쯤의 메모장에 적혀있는 기록. 그날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참 지나버린 지금에서야 팝콘 냄새에 대한 상세함을 적어내려니 도무지 그 감각을 되살릴 수가 없어 좀처럼 개운하지가 않다.


5. 작가는 첫 바카라을 따라간다던데. 『자유 유영 일지』. 나는 지금 잘 유영하고 있나. 아니면 표류하고 있나.



https://youtu.be/HiNQeQQJWgw?si=5QpauVtL-RkQ8_YL


https://youtu.be/BqFftJDXii0?si=6jDXcW6bcWP6Gk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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