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을 버릴 수 있어야, 좋은 글이 시작된다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을 지웠다

byMiracle Park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을 지운 날, 이상하게도 내 글이 가장 좋아졌다.

그 문장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몇 번을 읽어도 좋았다. 단어의 순서도 마음에 들었고, 문장의 리듬도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려두었다. 한 문장을 살리기 위해 앞뒤 문장을 고쳤다. 문단의 순서도 바꿨다. 설명도 하나 덧붙였다. 그런데 글이 점점 이상해졌다. 문장 하나를 살리려고 글 전체를 희생하고 있었다.


결국 지웠다. 백스페이스 한 번이었다. 그런데 그 한 번을 누르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그리고 문장이 사라진 원고를 다시 읽었다. 놀랍게도 훨씬 좋아져 있었다. 내가 좋아한 문장이 사라졌는데,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그때 알았다. 좋은 문장과 좋은 글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쩌면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썼다고 믿는 문장을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작가는 자기 문장을 너무 잘 안다

독자는 문장을 읽는다. 작가는 문장 뒤에 있는 시간을 읽는다. 이 차이가 크다. 독자는 한 문장을 몇 초 만에 읽지만, 작가는 그 문장을 쓰기까지 몇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다.


그 문장을 처음 떠올렸던 장소를 기억한다. 처음 적었던 단어도 기억한다. 몇 번을 지웠는지도 기억한다. 그래서 작가에게 문장을 지우는 일은 글자 몇 개를 삭제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보낸 시간을 삭제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이 문장을 쓰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이 표현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는 남겨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한 번 타협하기 시작하면 삭제할 문장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문장은 다른 문장을 끌어들인다. 설명을 하나 붙인다. 그 설명을 이해시키기 위해 또 하나를 붙인다. 좋은 문장 하나가 어느새 좋은 문단이 되고, 좋은 문단이 글 전체를 차지한다.


그때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문장을 변호하는 사람이 된다.


# 가장 위험한 문장은 못 쓴 문장이 아니다

못 쓴 문장은 오히려 쉽게 지울 수 있다.


-어색하다.

-중복된다.

-설명이 부족하다.

-주제와 맞지 않는다.


이런 문장은 지우기 어렵지 않다. 정말 어려운 것은 잘 쓴 문장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 혼자 놓고 보면 아름답다. SNS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 밑줄을 그을 것 같다.


그런데 글 전체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장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주변 문장을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문장 하나가 지나치게 빛나면 독자는 글보다 그 문장을 보게 된다. 그 순간 문장은 작품의 일부가 아니라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좋은 문장이 글을 방해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퇴고는 맞춤법을 고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에게도 퇴장 명령을 내릴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일이다.


# ‘사랑하는 것을 죽여라’라는 말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

영미권 글쓰기에서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 있다.


‘Kill your darlings.’


작가가 사랑하는 것을 죽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darlings’는 작가가 아끼는 문장이나 표현을 뜻한다. 왜 하필 ‘사랑하는 것’일까. 버리기 쉬운 것은 이미 버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진짜 어려운 것은 틀린 문장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맞는 문장을 지우는 것이다.


-좋은 문장이지만 이 글에는 필요하지 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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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전문작가. 현지 취재ㆍ르포ㆍ출간ㆍ강연으로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신비를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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